내가 초등학교 때,
아이들이 '거북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매일 통학로 횡단보도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할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녹색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그 아저씨의 얼굴은 빰 아래가 통통하고, 눈이 작고 가늘며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뒤에서 그 아저씨를 '거북이 아저씨'라고 불렀다.
어느 날 방과 후 친구 A와 B와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A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제 동네 S 공원에서 시체가 나왔대.
3년 전에 실종된 우리 학교 여학생이라고 하더라."
갑자기 그런 얘기를 들으니 나도 B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도 생겼다.
"그 애 시체는 여기저기 엄청 썩어 있었는데 특히 얼굴이 심했대.
얼굴 피부 전체가 벗겨진 것 같다고 하더라."
시체의 모습을 상상하고 나는 몸을 떨었다.
B는 무서워서 듣고만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A는 흥분해서 마구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범인이 거북이 아저씨인 거 같아."
A는 자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나와 B에게 A는,
"왜냐하면 거북이 아저씨가 통학로에 나오기 시작한 게 우리 2학년 때니까 3년 전이잖아?
분명 그 여자애 얼굴로 가면을 만들어 쓰고 숨어있는 도망자일 거야."
갑작스러운 말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리지만,
나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거북이 아저씨의 표정은 '계속 웃고 있다'라기보다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내일 등교할 때 아저씨 얼굴을 확인해보자."
A가 제안하여 내일은 3명이 함께 등교하기로 했다.
다음날 통학로 중간에서 만난 우리는 아저씨가 항상 서있는 횡단보도까지 나왔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아저씨는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며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A는 선두에서 아저씨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B도 아저씨 옆을 지날 때 살짝 얼굴을 들여다보며 갔다.
마지막에 나도 조금을 고개를 들고 아저씨의 얼굴을 잠시 보았다.
"쳇!"
그때 확실히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겁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학교로 갔다.
아저씨의 모습을 돌아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A는 "역시 내가 말한 대로야. 시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도망친 거야."
라며 자랑스럽게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몇 달이 지나고,
S 공원 근처에 사는 주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거북이 아저씨가 지금은 어떤 얼굴일지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