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르면 소리가 나는 인형을 샀는데 누를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 자세히 보니까 진짜로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2. 요즘은 밤에 누군가 창문으로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겨울이 됐나 싶으니 창문 한 구석에만 성애가 잔뜩 끼었다. 3. 어느 각도에서 봐도 눈이 마주친다는 그림을 샀다. 그게 고개를 들린다는 뜻인 줄은 몰랐다. 4. 나는 겁이 없는 편이지만 역시 방문을 열자마자 누가 튀어나오면 놀랄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 집이었으니까 말이다. 5. 누군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듯 고양이 비명이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는 왜 몇 번을 찔러도 안 죽는 거야!"
1. 밤마다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일어나 보면 바뀐 게 없다. 잠을 안 자고 기다려보니 분명 무언가 움직이는데 보이는 것은 없었다. 2. 술에 너무 취한 남자는 대충 바람만 들지 않는 장소를 찾아 드러누웠다. 야간작업에 투입된 인부들은 너무 귀찮은 나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구덩이를 묻어 버렸다. 3. TV 채널을 돌리다 뭘 누른 건지 외부 입력 기기로 연결되었다. TV 화면에는 이제 내가 TV 보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4. 가끔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을 때도. 5. 거울을 볼 때는 항상 거울에 비친 눈을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린 사냥감의 눈이 참 좋았다.
1. 집안 곳곳에서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린다. 아날로그시계는 모두 버리거나 고장 났는데도 말이다. 2. 밤이면 부엌에서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가보면 항상 모든 식기가 깨끗이, 내가 정리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쌓여 있었다. 3. 졸다가 비명 소리에 화들짝 깨어났다. 식사 시간에 졸다니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4. 자다가 깼을 때 웃는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그 얼굴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웃으며 천장으로 사라졌다. 5. 아이의 귀를 파주자 흙이 잔뜩 나왔다. 역시 관을 안 쓴 무덤은 이게 문제다.
1. 밤마다 악마가 창문을 두드리는 악몽을 꾸다 깨어난다. 하루는 꿈 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창문이 아니라 거울이었다. 2. 벽지가 길게 찢어진 것을 발견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벽지를 보수하기 위해 그 부분을 벗겨내 보니 벽에서 손가락 하나가 튀어 나와 있었다. 3. 짐 정리를 하다 장난감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모든 인형들이 나를 보는 방향으로 정렬 되어 있었다. 다음 날도 짐 정리를 하는데 장난감 상자가 열려 있고, 인형들은 보이지 않았다. 4. 아파트에서 나갈 때마다 복도에서 자주 마주 치는 사람이 있다. 오늘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내가 복도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 거울이었다. 5. 새벽에 일어났는데 너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갔다. 물을 마시고 나서 보니 싱크대에..
1. 창고에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인형을 찾아 안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몸 전체에 작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2.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영문을 몰라 길가에 서있었더니 한 소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 소녀는 얼굴이 없었다. 3. 오래된 시계가 멈춰서 태엽을 감아주기 위해 의자를 놓고 올라섰다. 그때 귓가에 누군가 숨결을 불었다. 4. 캠핑을 하는데 친구가 모닥불에 감자를 구웠으니 먹자고 했다. 친구가 구운 감자에는 작은 손가락이 달려 있었다. 5. 아이는 놀이터 구석에서 땅을 파며 놀았다. 손목까지 들어갈 정도로 팠을 때 무언가 손을 잡았다.
1. 갑자기 일식이 일어나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검게 변한 태양이 눈을 떴다. 2. 텅 빈 집에서 냉장고 문이 홀로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을 확인해 보니 머리카락 한 움큼이 사라져 있었다. 3. 따뜻한 난로 앞에서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온 집안이 불이었다. 4. 길을 걷다가 땅이 갑자기 무너지는 함정에 빠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 뚜껑을 덮었다. 5. 어느 날 갑자기 웃음소리만 들리는 방송이 나왔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어느새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이 점점 가까워졌다. 가까이 와서 보니 눈만 있었다. 2. 이웃집 중에 매일 아이가 울고, 부모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는 집이 있다. 어느날부터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3. 새벽의 안개는 무언가 상쾌한 기분이 들어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아무리 숨을 쉬어도 안개는 빠져나가지 않고 쌓여만 갔다. 4.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끔찍한 비명이 나왔다. 비명은 라디오가 아니라 창밖에서 나는 것이었다. 5. 대청소를 했더니 집안 곳곳에 밴 냄새가 좀 줄어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역시 시체를 덮었던 이불은 버려야 할 것 같다.
1. 뒤뜰의 작은 나무 밑에서 무언가가 땅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몰래 가보니 신선한 무덤이 하나 새로 생겼다. 2.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온 사방에 내 이름과 누군지 모를 이름이 함께 쓰여 있었다. 3. 나는 의뢰에 따라 장례식을 기획했다. 문제는, 그 묘비에 새겨진 이름이 나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4. 친구와 캠핑을 하다가 장작이 모자라 아무거나 넣고 불을 피웠다. 다음 날 보니 우리가 장작 대신 사용한 것은 뼈였다. 5.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온 김에 부모님 얼굴을 봐야겠다.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1. 아무도 없는 집에 불까지 끄자 너무 조용해서 내 숨소리가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메아리가 아니었다. 2. 폐가에는 오래된 피의 냄새와 썩은 살의 냄새가 진동했다. 썩지 않은 것은 나를 노려보는 저것뿐이다. 3. 나는 가까운 공원의 의자에 앉아 슬픔을 달래려 했다. 왜 우냐는 소녀의 물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4. 우리는 어디를 가나 한상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다들 내가 아니라 내 뒤를 보고 있었다. 5. 자꾸 이불이 침대 아래로 떨어져서 몸에 둘둘 말았다. 무언가 이불을 잡아당겼다.
1. 조명이 여러 개 있으니까 그림자도 여러 개가 생겼다. 재밌다 생각하며 위를 보니 하나의 램프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2. TV에서 트럭이 달려오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난다. TV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3. 밤마다 창문 밖의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가지치기를 해도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4. 커다란 수조 안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헤엄쳤다. 아이가 자세히 살펴보더니 사람 손모양 물고기가 있다며 신기해했다. 5.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쓰나 생각해 봤는데 나는 지난주부터 혼자 살고 있다.
1. 작은 방에 혼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지금 이 순간에도 뒤에서 보고 있다"라는 낙서가 적혀 있었다. 젠장, 들켰나 보다. 2.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반대편 창문에 내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3. 새로 이사 온 집의 벽에는 이전 주인의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왜 사진을 안 가져갔는지 궁금했는데 다음날 보니 사진 속의 사람이 사라져 있었다. 4. 밤에 잠들기 직전, 톡톡하고 문에 벌레 같은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는데, 바닥에는 작은 아이 손자국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5. 내가 설정한 알람과는 다른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알람은 아직..
1.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보내준 손편지에는 "이 글을 읽으면 전화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다. 2. 지하철에서 갑자기 이어폰의 노래 너무로 귓속말이 들려왔다. "넌 여기서 탈출할 수 없어." 3. 나는 꿈에서 항상 같은 놀이공원을 방문한다. 오늘, 그 놀이공원의 입장권이 우편으로 왔다. 4. 눈을 떴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5. 작은 동네 가게에서 샀던 칫솔을 사용하는데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칫솔을 던져버린 후에도 그 느낌은 계속됐다.
1.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정원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출입구가 잠겨있었다는 것이다. 2. 아파트로 돌아와 문을 열자, 모든 가구와 물건들이 뒤집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천장에 붙어있었다. 3. 일기를 쓰던 중, 내가 쓴 것이 아닌 문장을 발견했다. "나도 이 글를 읽을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4. 애완 동물 샵에서 새로 구매한 물고기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그 다음 날부터 어항의 물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5.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다. 잠시 후, 친구는 "어, 네 목소리 잘 들려!"라고 답했는데, 그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
1. 아빠가 나에게 '다 내가 바라던 대로 되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메시지는 아빠가 사망한 뒤에 왔다. 2. 나는 신발을 신고 나갈 준비를 했다. 신발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3.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그중 몇 장은 언제 찍혔는지 모르게 찍힌 '사진을 찍는 나의 모습'이었다. 4. 정원에서 꽃을 심었는데, 다음 날 그 꽃들은 모두 시들어 있었다. 그런데 내 몸에서 그 꽃들과 같은 향기가 났다. 5. 밤이 되면 아이들이 다 집에 가서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 그네를 타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네에서 흔들리는 사람은 그네를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
1. 가족 모두가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뒤를 돌아보니, 창문 너머로 집안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2. 식료품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는 똑같은 식료품들이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3.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에서, 복사기가 혼자서 동작하기 시작했다. 복사된 종이 위에는 "나도 여기 있어"라고 적혀 있었다. 4.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웃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웃은 "아직도 여기 계신다니 놀라워요"라고 대답했다. 5. 알람이 울려서 일어났다. 그런데 핸드폰에는 "알람을 끄지 마세요"라는 미리 설정된 메시지가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