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고래 안개고래는 안개를 몰고 다니는 괴이다. 그 자신도 거대한 안개 덩어리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저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고 그 안에서도 무언가 느낌이 다른, 무거운 느낌의 안개 속으로 들어서면 안개고래의 몸속으로 들어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이름처럼 고래와 유사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바다 위를 떠다닌다. 워낙 커서 한눈에 다 담기는 쉽지 않지만 바닷가 근처 산 위에서 보면 대략적인 형태를 볼 수 있다. 물론 안개를 두르고 있어 안개고래 자체를 볼 수는 없고 안개가 짙고 옅음을 통해 윤곽을 확인할 뿐이다. 안개고래는 특별히 해를 끼치거나 악의를 가진 괴이는 아니다. 그저 안개를 몰고 다닐 뿐이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배가 길을 잃게 되거나 사고가 유..
아지랑이 숙녀 아지랑이 숙녀는 연기 여인, 신기루 소녀 등이라 불리기도 한다. 짙은 그늘이나 땅거미 진 공터, 안개 아래 등을 배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밝은 곳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어떤 조건에 의해 그렇게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언제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본 사람은 없다. 다만 목격담을 모아보면 어두운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허연 것이 날리며 솟아오르더니 거뭇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고 이쪽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머리카락인지 옷인지 모를 것을 몸에 걸쳐 정확하지는 않으나 그 윤곽은 분명 여성의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진술이다. 아지랑이 숙녀는 특별히 해를 끼치거나 악의 어린 장난을 치는 괴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사람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면이 ..
멍잽이는 허공을 떠다니는 작은 벌레다.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날개도 없이 그저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다. 이렇게 떠다닐 때는 무게도 거의 없어 부딪히기도 전에 사람의 기운에 밀려나 접촉할 일이 없다. 평소에는 잠을 자고 있을 뿐 주변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또한 의태를 통해 몸을 숨기고 있는 탓에 제법 많은 수의 멍잽이가 떠다니지만 실제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혹시 보이더라도 하루살이 같은 날벌레와 착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멍잽이가 잠을 자는 것은 몸을 숨기고, 띄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힘을 아끼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자는 동안은 먹지를 못하여 에너지가 꾸준히 소모만 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멍쟁이의 꼬리에는 영양분을 저장하는 주머니..
아귀거죽은 속이 비어 겉껍질만 있는 요괴다. 이 겉껍질은 넓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원하는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다. 다만 얇기도 얇아서 자세히 보지 않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혼이 빠지고 남은 백이 변해서 만들어지거나 특정 장소에 쌓인 혼탁한 기가 변형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만들어진 장소에 머물지 않고 바람에 날리듯 돌아다녀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디에 없다고 하기 어렵다. 보통은 허공을 날아다니다 기가 약한 사람을 찾으면 옆에 붙는다. 속이 빈 녀석이라 언제나 자기 속을 채우고자 하는 식탐이 있는데, 주로 먹는 것은 산 사람의 생기다. 그렇다고 직접 빼앗거나 훔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기를 흘리도록 유도하여 주워 먹는다. 기가 단단하지 못해 쉽게 흩어지는 사람..
부루불라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것은 요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지가 없고, 현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자연 현상이라고 넘기기에는 괴이로써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것이 의지를 가진 요괴인지 아니면 그저 기이한 현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요괴는 인간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기 때문에 인간 근처에 머문다. 하지만 부루불라는 인간이 있든 없는 발생한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때문에 부루불라를 단순히 현상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는 것이다. 부루불라가 발생하는 원리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날카로운 것에 긁힌 벽에 흠집이 남듯이 공기에 생긴 상처 같은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드물게 주변의 소리와 공기가 뭉쳐지는 장소가 만들어지고, 여기..
잠숨삼이는 잠자리 아래에 산다. 침대 아래나 이불 아래, 베게 아래 등 눈에 띄지 않고, 어두운 곳에 산다. 몸의 반만 현실에 걸쳐 있어 기척이 별로 없지만 실수로 움직이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간혹 잠들기 전에 무언가 아래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잠숨삼이일 지도 모른다. 크기는 보통 한 뼘 정도인데 작아질 때는 손가락 한 마디까지 작아지고, 몸을 부풀리면 방 하나를 뒤덮을 정도로 커진다. 밤공기를 뭉쳐 몸으로 삼았기 때문에 몸이 검은빛을 띄는데, 작아지면 색이 진해지고, 커지면 흐려진다. 이녀석은 사람에게 딱히 해가 되지 않는 편이다. 다만 하품과 잠꼬대를 먹고살기 때문에 자꾸 사람을 잠들게 한다. 때문에 자고 싶지도 않은데 너무 졸려 힘들게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손에는 작은 막대기를 들고..
공심나무이라는 나무가 있다. 공심나무의 씨앗은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그 숨을 타고 들어가 폐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이 크게 놀라 숨을 크게 쉬다 턱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심나무의 씨앗을 삼켰기 때문이다. 웃음소리에 약하여 보통은 싹이 트기 전에 부서지며 뿌리를 단단히 박기 전에는 울음에 쓸려 나가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잘 뽑히질 않는다. 폐에 자리를 잡은 공심나무는 사람의 한숨과 근심, 걱정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숙주의 근심이 클수록 공심나무는 빠르고 크게 자란다. 그리고 커질수록 더 많은 근심을 흡수한다. 그렇다고 하여 공심나무가 걱정, 근심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양분을 얻기 위해 숙주를 괴롭힌다. 이 괴목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기생이지 공생이 아니다. 공심..
부뜨머리는 뭉쳐진 머리카락처럼 생겼고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다. 투명하여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뭉쳐진 털뭉치의 털 한 가닥이 하나의 팔이고, 그 끝에는 작은 손이 달려있다. 팔의 수가 많아질 수록 덩치가 커지며 최대 사람의 머리 하나 크기까지 자라난다. 이 작은 괴물은 사람의 머리카락, 혹은 두피에 붙어산다. 수많은 팔 중 절반은 머리카락이나 두피를 붙잡아 자신의 몸을 고정하는 용도다. 자연히 커질수록 붙잡는 힘이 강해지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나머지 절반은 욕망을 잡는 용도다. 부뜨머리는 숙주의 욕망을 부추기고, 그것에 집착하게 하게 만든다. 숙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그게 계속 생각나게 하고, 그것을 대신 붙잡아 눈 앞에 들이민다. 집착이 생긴 숙주는 필요 이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