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고래는 안개를 몰고 다니는 괴이다. 그 자신도 거대한 안개 덩어리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저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고 그 안에서도 무언가 느낌이 다른, 무거운 느낌의 안개 속으로 들어서면 안개고래의 몸속으로 들어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이름처럼 고래와 유사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주로 바다 위를 떠다닌다. 워낙 커서 한눈에 다 담기는 쉽지 않지만 바닷가 근처 산 위에서 보면 대략적인 형태를 볼 수 있다. 물론 안개를 두르고 있어 안개고래 자체를 볼 수는 없고 안개가 짙고 옅음을 통해 윤곽을 확인할 뿐이다.
안개고래는 특별히 해를 끼치거나 악의를 가진 괴이는 아니다. 그저 안개를 몰고 다닐 뿐이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배가 길을 잃게 되거나 사고가 유발되기는 한다. 또한 가끔씩 땅 위로 올라와 도로에 자리를 잡아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산이나 숲에 자리를 잡으면 사람이 길을 잃고 갇히기도 한다.
이렇게 길을 잃고 갇히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라서 귀신이나 여타 괴이는 물론 영적 현상마저 그 안에 묶이는 경우도 있다. 안개고래의 안에서 길을 잃으면 가끔 그렇게 묶인 것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미 안개고래에 속한 것들이기 때문에 혹시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래 안개는 햇빛을 받으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안개고래는 두꺼운 안개로 햇빛을 가려 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햇빛이 그 안의 윤곽을 잡아줘 안개고래에게 묶인 것들이 더 잘 보이게 만든다. 이때는 굳이 노린 것이 아니라도 홀리기 쉬우니 예사 안개가 아니다 싶으면 항상 경계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멋모르고 등산을 하다 안개고래 안에 갇혀 한참을 헤매다 나왔는데 나와보니 오르던 산에서 봉우리를 3개나 넘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말로는 안개 때문에 길도 잘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는데 앞에서 걷는 사람만은 또렷하게 잘 보여 그 뒤를 졸졸 따라간 것이었다 한다. 그러다 그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어디로 가야 하나 갈팡질팡 하다 안개 밖으로 나왔는데 봉우리 3개 건너 있는 산이라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아마 안개고래 안에 묶인 누군가를 따라간 것이겠지만 본인은 산신령이 도운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사람이 안갯속을 헤맨 것이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안개고래 안에서는 길마저 길을 잃는다는 말이 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