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아귀거죽은 속이 비어 겉껍질만 있는 요괴다. 이 겉껍질은 넓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원하는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다. 다만 얇기도 얇아서 자세히 보지 않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혼이 빠지고 남은 백이 변해서 만들어지거나 특정 장소에 쌓인 혼탁한 기가 변형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만들어진 장소에 머물지 않고 바람에 날리듯 돌아다녀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디에 없다고 하기 어렵다. 보통은 허공을 날아다니다 기가 약한 사람을 찾으면 옆에 붙는다.

속이 빈 녀석이라 언제나 자기 속을 채우고자 하는 식탐이 있는데, 주로 먹는 것은 산 사람의 생기다. 그렇다고 직접 빼앗거나 훔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기를 흘리도록 유도하여 주워 먹는다.

기가 단단하지 못해 쉽게 흩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아귀거죽은 그런 사람 근처에 머문다. 조그만 충격에서 기가 흩어져 먹을 것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귀신, 그 외에도 그 장소에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을 흉내 내어 놀라게 하거나, 직접 말을 걸어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잘 보이지 않는 녀석이지만 기가 약한 사람은 영적 자극에 민감해져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무의식중에 그 모습을 보거나 듣게 된다. 당연히 깜짝 놀라게 되고 이때 흩어지는 생기를 아귀거죽이 먹는다.

생기를 얻은 아귀거죽은 형태가 좀 더 뚜렷해지지만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기본적으로 손이 빈 존재기 때문에 속이 채워지는 일도 없다. 다만 생기를 빼앗긴 사람과 같은 기를 공유하게 되어 그 사람에게는 좀 더 잘 보이고, 들리게 된다. 그 사람에게만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겉껍질이 더 넓어져 한 번에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면 마치 자신에게 붙은 귀신이 많아진 것처럼 보이거나 다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아귀거죽일 뿐이다.

또한 생기가 지속적으로 흩어지고, 아귀거죽에게 먹혀 회수가 제대로 안 되면 사람은 점차 생기가 약해지고,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생기가 약해 긍정적 감정이 약해지고, 부정적 감정은 저절로 불어나니 점점 더 쉽게 생기가 흩어진다. 이 단계까지 가면 사람이 스스로 보고 듣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물리력은 없지만 사람이 스스로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도록 유도는 할 수 있으니 때때로 혼란 속에 스스로 상처 입기도 하여 매우 위험하다.

사실 아귀거죽을 쫓거나 없애는 것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기가 단단해지면 먹을 것이 없어진 녀석은 쉽게 떠나간다. 혹은 실물과 아귀거죽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면 그대로 끌고 나가 멀리 날려버려도 된다.

적절한 숙주를 찾지 못한 아귀거죽은 천천히 작아지다가 결국 기운이 흩어져 사라지게 된다.

생기를 맑고 강하게 해주는 햇빛, 음식, 약, 적절한 운동이 병행되면 효과가 크다.

다만 아귀거죽이 아주 몸에 들러붙은 경우나 다른 요귀들이 복합적으로 붙은 경우에는 쉽게 쫓아내기 힘들다.

경우에 따라 생기를 많이 먹은 아귀거죽을 햇빛에 널어 말려 포를 뜨면 영기를 얻을 수도 있는 보양식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이니 그냥 쫓아내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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