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아지랑이 숙녀

아지랑이 숙녀는 연기 여인, 신기루 소녀 등이라 불리기도 한다. 짙은 그늘이나 땅거미 진 공터, 안개 아래 등을 배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밝은 곳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어떤 조건에 의해 그렇게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언제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본 사람은 없다. 다만 목격담을 모아보면 어두운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허연 것이 날리며 솟아오르더니 거뭇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고 이쪽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머리카락인지 옷인지 모를 것을 몸에 걸쳐 정확하지는 않으나 그 윤곽은 분명 여성의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진술이다.

아지랑이 숙녀는 특별히 해를 끼치거나 악의 어린 장난을 치는 괴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사람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면이 있어 때때로 홀리는 경우가 있다. 아지랑이 숙녀에게 홀린 사람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생각도 못 하는 채 엉뚱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 때문에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낙상 사고가 많았고 현대에 들어서는 교통사고가 많아졌다.

눈이 깊고 검은 자, 혹은 마음 깊은 곳에 어두운 구석이 있는 자에게는 아지랑이숙녀가 씌기도 한다. 아지랑이 숙녀가 씐 자는 눈을 감고 있을 때 눈동자 위로 아지랑이 숙녀가 피어오르는데 이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괴이는 아니지만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화를 입을 수 있으니 그늘진 곳을 지날 때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한 번은 아지랑이 숙녀를 마주친 이후 그 모습에 매료된 자를 만났다. 정확한 모습을 본 것은 아니지만 어둠에 숨겨진 그 얼굴은 분명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라는 것이다. 그 후 어떻게든 아지랑이 숙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아예 눈동자에 담기 위해 어두운 곳만 찾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았다. 진정으로 홀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몇 년은 그래도 드문드문 어디 어디까지 갔다더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연락이 끊겨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아마도 큰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하는데 예상했던 바라 크게 안타깝지는 않았다. 다만 과연 그 자가 끝내 아지랑이 숙녀의 맨얼굴을 보았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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