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동료가 산속의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날은 땅을 파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는 혼자 굴삭기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료는 평소 시가지 도로 따위의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삭기를 돌릴 때 자주 백미러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인가 백미러를 보던 중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아 작업을 멈췄습니다.
혹시 산에 사는 사람이나 등산객이 현장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 했다고 합니다.
삑삑 경적을 울렸지만 백미러에 비친 그림자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경적을 울리고 다시 백미러를 보다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집중해서 봐도 그 그림자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동료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온몸에서 연기 같은 것을 내뿜는 것 같았어. 연기가 뭉쳐진 것도 같고."
분명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굴삭기를 회전 시켰답니다.
굴삭기가 돌아가면 정면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거울의 중심에 비친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둥둥 뜬 채 계속 백미러를 통해 이쪽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패닉이 된 동료는 굴삭기를 빙빙 회전 시켰지만 정작 몸을 돌려서 뒤를 볼 용기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바로 뒤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회전을 멈추고 정신을 차린 것은 굴삭기가 전복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세 번 정도 흔들리고, 겨우 굴삭기는 안정되었습니다.
긴장이 풀린 동료는 크게 한숨을 쉬고 잠시 동안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눈앞 유리창에 주름투성이 아이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동료는 문을 열고 현장에서 도망쳤다고 합니다.
참고로 그날 작업 일지에는 [귀신이 나타나 작업 중단]이라고 썼다고 합니다만, 현장감독이 다른 사유로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