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몇 년 전 어느 날 운전 중에 아주 무서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12월의 금요일이었고, 나는 장거리 연애 중인 애인을 만나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이 늦어졌기 때문에 시간은 벌써 자정에 가까워져 도시를 벗어나니 도로에 차도 별로 없었습니다.
나는 피곤했지만 빨리 애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쉬지도 않고 달렸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 반이었고, 길도 직선에서 구불구불한 산길로 변했습니다.
다행히 주위에 차가 없어서 별다른 주의가 없이도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어느 급커브를 돌았을 때 갑자기 라디오가 조용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산속이라서 전파가 끊긴 걸까 싶었는데, 작게 들리는 잡음에 희미하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냥 전파 혼선인 것 같으니까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운전대가 크게 튀어 올랐습니다.
당황해서 급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깜깜한 산길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만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밖은 너무 춥고 난방을 끄면 바로 앞 유리가 하얗게 얼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까는 도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방금 라디오에서 순간적으로 들린 목소리를 떠올렸습니다.
잡음 속에서 분명하게 들린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빨리 나에게 와요.]

소름이 돋고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라디오의 전원을 끄고 한시라도 빨리 산을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10분 정도 달리자 무사히 산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만,
그때의 그 목소리.
살아있는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 차가운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애인은 일과 운전 탓에 너무 피곤했던 거 아니냐면 웃었습니다만,
내게는 그게 단순한 환청 같지 않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애인을 닮아 있었던 것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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