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좀 가르쳐주세요."
저녁에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키가 큰 여자였다.
다리가 약한 것인지 이상하게 가늘고,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팔도 가늘어서 나뭇가지처럼 보였고, 빨간 핸드백을 걸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몇 번이나 한숨인지 그냥 숨을 쉬는 건지 모를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도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아... 그, 어디요?"
위험한 사람 같다.
얼른 대답해 주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oo아파트 ooo동 ooo호요."
"......"
거기는 내가 사는 아파트다.
심지어 동, 호까지 내 집이었다.
"그... 모르겠는데요."
진심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여자는 으득 소리와 함께 허리를 부러질 듯 꺾으면서
휘청 휘청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