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부뜨머리는 뭉쳐진 머리카락처럼 생겼고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다. 투명하여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뭉쳐진 털뭉치의 털 한 가닥이 하나의 팔이고, 그 끝에는 작은 손이 달려있다. 팔의 수가 많아질 수록 덩치가 커지며 최대 사람의 머리 하나 크기까지 자라난다.

이 작은 괴물은 사람의 머리카락, 혹은 두피에 붙어산다. 수많은 팔 중 절반은 머리카락이나 두피를 붙잡아 자신의 몸을 고정하는 용도다. 자연히 커질수록 붙잡는 힘이 강해지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나머지 절반은 욕망을 잡는 용도다. 부뜨머리는 숙주의 욕망을 부추기고, 그것에 집착하게 하게 만든다. 숙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그게 계속 생각나게 하고, 그것을 대신 붙잡아 눈 앞에 들이민다. 집착이 생긴 숙주는 필요 이상의 욕심을 품게 되는데 이것이 부뜨머리의 주식이다.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욕망은 충족 되는 일이 없이 더 큰 집착과 갈망을 품게 한다. 부뜨머리는 숙주가 뿜어내는 욕망을 먹고 자라 점차 커지고, 결국 숙주의 머리를 덮을 정도가 된다.

이때부터는 숙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왜곡된 정보를 흘려넣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주변이 눈에 안 들어오고,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판단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이 이상한 것이라 생각하므로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일전에 부뜨머리가 붙은 사람을 본적이 있다. 그 사람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가고, 주변의 평판도 좋았으나 부뜨머리가 붙은 이후로 생활이 완전히 망가졌다.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에 따른 보상을 원하던 건실한 청년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보상'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후에는 열정 없는 보상을 원하게 되었다. 부뜨머리가 계속 부추긴 결과이다.

그는 다단계에 빠져 보상만 챙기고자 하였다. 이 때쯤에는 이미 부뜨머리가 성체로 자라있었고, 주변의 조언과 충고를 자신에 대한 '공격', '질시' 혹은 상황을 이해 못한 멍청이들의 헛소리 정도로 받아들었다. 오히려 그를 다단계에서 구하려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빨리 자신을 따라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부뜨머리는 처음에는 별 것 아니나 크게 자라면 이렇게 위험하다. 때문에 항상 자신이 가진 욕망이 자신의 것이 맞는 지 관조하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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