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공심나무이라는 나무가 있다.

공심나무의 씨앗은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그 숨을 타고 들어가 폐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이 크게 놀라 숨을 크게 쉬다 턱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심나무의 씨앗을 삼켰기 때문이다.

웃음소리에 약하여 보통은 싹이 트기 전에 부서지며 뿌리를 단단히 박기 전에는 울음에 쓸려 나가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잘 뽑히질 않는다.

폐에 자리를 잡은 공심나무는 사람의 한숨과 근심, 걱정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숙주의 근심이 클수록 공심나무는 빠르고 크게 자란다. 그리고 커질수록 더 많은 근심을 흡수한다.

그렇다고 하여 공심나무가 걱정, 근심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양분을 얻기 위해 숙주를 괴롭힌다. 이 괴목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기생이지 공생이 아니다.

공심나무가 자라면 그 뿌리는 폐를 덮어 점차 숨을 쉬기 어렵게 하고, 그중 일부는 심장을 조인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별것도 아닌 것이 쉽게 두려움을 느끼고, 무슨 일을 해도 힘들고, 쉽게 지쳐 근심이 커진다.

더 자란 공심나무는 사람의 목 위로 자라 입안까지 올라오는데, 가운데가 비어 있어 숨이 막히지는 않는다. 다만 잎사귀 무성한 가지가 입안에 가득하여 혀가 잘 못 움직이게 한다.

말을 잘못하거나 발음이 이상해 알아듣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공심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충분히 자란 공심나무는 숙주가 내뱉은 한숨과 한탄을 모아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는 다시 폐로 떨어져 지나간 근심거리와 두려움을 상기시키는데 이 때문에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잘 익은 열매는 터져 나가며 씨앗을 뿌리는데 이 씨앗은 공기를 타고 퍼져나가 다른 사람에게 들어간다.

이 때문에 공심나무의 숙주 주변의 사람들은 없던 근심이 생겨난다.

한 번은 공심나무가 자라다 못해 입 밖으로까지 튀어나온 사람을 본 일이 있다.

이 자의 말은 잘 알아듣기가 어럽고,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은 주변에 근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뿐이었다.

보다 못해 공심나무를 강제로 뽑아버렸는데 워낙 큰 나무가 뽑혀 나가서인지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 버렸다.

속이 빈 놈이 뽑힐 때는 숙주의 속을 비워버리니 진정 공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그 후로는 가지부터 천천히 치면서 조심스럽게 뽑는 습관이 생겼다.



*본 내용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상상한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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