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민들레 씨앗을 본 적 있는가.
하얗게 번져나가는, 작은 생명들을 본 적이 있는가.
한없이 가볍고 작은 그 안에 한 송이 꽃을 품고, 또 한 다발의 씨앗을 품고 날아가는 최초의 가능성을 본 적이 있는가.

탐스러운 민들레 한 송이가 풍성한 씨앗을 만들고, 작은 바람이 그들을 날려보낸다.
그중 하나의 씨앗이 나뭇잎을 스치고, 새의 부리를 피하고, 개미에게 물렸다가 다시 날아올라 작은 돌풍에 휩쓸렸다.
돌풍에 끌려간 씨앗은 어둡고, 좁은 틈새에 떨어져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약간의 물기에 의존해 싹을 틔우고, 예상외로 부드러운 땅에 순조롭게 뿌리를 내렸다.
조금 더운 바람은 지금이 자라기 좋은 때라는 것을 알려주고, 뿌리내린 땅에서 솟아오르는 양분 넘치는 물이 그 성장을 응원한다.
민들레는 그 좁고 어두운 곳에서 강인한 뿌리를 박고, 튼튼한 줄기를 세우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꽃이다.




[사인 :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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