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도쿄 번화가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어떤 작은 아파트에는 저녁에 인터폰을 받지 않는 암묵적 룰이 있다.

새롭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한 세입자는 보통 그런 사실을 모르고 인터폰을 받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따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경찰을 부르기도 하고, 이웃들에게 알리기도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아 이내 지쳐버린다.

하지만 며칠에 한 번씩 비슷한 일이 계속되면 그제야 이게 장난전화임을 알고 무시하게 된다.

가끔 장난전화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전화 주인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아파트 내에서만 통하는 인터폰이니 작은 아파트를 열심히 뒤지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전화 주인을 찾아보면 그 집이 빈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쯤 되면 반상회 대표나 부동산에서 넌지시 알려준다.

그 집 주인이 안 좋은 일이 휘말려 목숨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고.

그 후로 한 번도 저 집에 누가 들어와 산 적이 없다고.

그러면 그 세입자도 어느새 전화가 오면 받지 않게 된다.

그저 장난전화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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