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띵동]

시간이 충분했기에 여유롭게 초인종을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띵동띵동]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꾸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집에 있을 텐데?
보통은 2, 3번만 초인종을 눌러도 나올 텐데……

불안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밖에 서 있어도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손바닥에 땀이 차고 호흡이 불안정해질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거기서 뭐 해요?”

“응?”

아내였다.

아내가 옆집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황당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니, 여기……”

“바보 같기는… 그 집이 아니잖아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얼마 전에 이 집에 들어온 후 주변 집들을 하나씩 방문 중이다.
그리고 어제는 옆집에도 방문했었다.

민망하게도 아무도 없는 집 초인종을 누르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어제 방문했던 것도 까먹고 있다니……
요즘 피곤해서 그런지 자꾸 깜빡깜빡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초인종을 누르고 있어요?”

“아, 그렇지. 분명 어제 다 있는 걸 확인했었는데 깜빡했나 봐.”

어제 옆집을 방문했으니까 오늘은 건너편 집을 방문할 차례였다.

“집 옮긴 지 얼마 안 되서 많이 힘들죠?”

“아니야, 이 정도는 뭐……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구요.”

“걱정 마. 아, 생각난 김에 지금 다녀올게.”

“또 또 깜빡하는 거 봐. 제대로 챙겨 가야죠.”

“아차차…… 큰일 날 뻔 했네.”

“에휴… 얼른 다녀와요. 이러다 누가 나가겠어요.”

“알았어. 금방 올게.”

큰일날 뻔 했다.
집에 들어오면서 손에 있던 짐을 다 내려놨던 모양이다.
아내가 챙겨주지 않았으면 민망하게 빈손으로 허둥지둥했을지도 모른다.

[띵동]

2번 정도 초인종이 울리자 문이 열렸다.
요즘은 보통 그냥 열어주니까.

“누구세요?”

현관문을 열고나서야 누군지 확인한다.

“아, 이번에 앞집에 들어온 사람입니다.”

“네, 그런데요?”

“잠시……”

하나, 둘, 셋, 넷…… 강아지 한 마리.

“다행히 다 있으시네요.”

“네?”

다행히 숨거나 두 번 찾아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게 정말 기분 좋았다.
아내가 챙겨준 칼과 청소도구는 생각보다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우니까.

반응형

'괴담 공작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담창고) 바람개비와 아이  (0) 2022.03.24
(괴담창고) 그림자 연극  (0) 2022.03.23
(괴담창고) 흙 냄새  (0) 2021.10.03
솜사탕 구름  (0) 2021.09.27
(창작 괴담) 붉은 방  (0) 2021.09.24
donaricano-btn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