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가 났다.
술에 취한 탓에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깨서 꿈속을 헤매는 건지 몰라도 어릴 때 맡던 그 냄새가 났다.
시골 사는 사람에게 흙냄새는 공기의 냄새와 다르지 않다.
새벽같이 밖으로 나서면 눅눅하게 물기를 먹은 흙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밭이든 논이든 가기만 하면 풀 냄새 섞인 흙냄새가 다가온다.
한발 내딛으면 흙이고, 물러서도 흙이니 오히려 흙냄새를 잘 몰랐다.
흙냄새가 그렇게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울에 온 후였다.
정확히는 서울 생활을 하다 다시 시골을 갔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몰랐던 흙냄새가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냄새가 슬며시 코를 간질였다.
지금은 날 리 없는 그런 냄새였다.
아마도 꿈속에서 시골이라도 다녀온 걸까 싶었다.
“어? 일어났냐?”
함께 술을 마시던 M이었다.
분명 어제 M의 방에서 M과 함께 술을 마셨다.
“으, 우리 어제 얼마나 마셨지?”
“몰라. 병 정리해 보니까 한 12병 되더라.”
많이도 마셨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거겠지.
“한 3~4병씩 마신 건가? 안 힘드냐? 일찍 일어났네.”
방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깨끗하게 치워 밤새 마신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M이 이렇게 깔끔한 성격인 줄은 몰랐다.
어제는 분명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안 그래도 죽겠다.”
“그래 보인다. 너 다크써클 엄청 심해.”
M은 다크써클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어제 그렇게 술을 잘 마시더니 아마도 뒤늦게 오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하루사이에 많이 피폐해진 모습이었다.
“근데 어디 다녀온 거야?”
“응? 어? 뭐가?”
“아니, 흙냄새가 나길래.”
“어? 냄새가 나?”
난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착각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맡던 그 흙냄새.
밭을 파헤치면 나던 그 진한 냄새가 났다.
눅눅한 흙…… 끊어지는 풀…… 약간의 땀……
흙을 파헤치는 그 냄새.
M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야, M.”
“......”
“S는 어디 갔냐?”
S가 보이지 않았다.
먼저 집에 간 건가 싶었지만……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