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확실하지 않아.
다만 정신을 차렸을 때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확실해.
그럭저럭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공간이었지.
다른 특징으로는……
사방이 온통 붉은색이었어.
좁고, 온통 붉기만 한 공간은 오래 머물기에 쾌적한 곳은 아니지.
왜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누가 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 별 수 있어? 탈출해야지.
그나마 팔다리 움직일 정도 공간은 있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당겼어.
손톱으로 긁어도 보고, 하다 안 돼서 물어뜯기도 했지.
그나마 물어뜯는게 정답이었는지 조금씩 틈이 생기더라.
틈으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고 쥐어뜯고 또 물고……
겨우겨우 탈출했단 말이야.
그랬더니 밖에 사람이 잔뜩 있는 거야!
너무 하잖아? 미리 꺼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투덜거리는데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고 난리더라고.
난 단지 태어났을 뿐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