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단 사람에게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모두가 자신의 소원을 빌기 위해 아우성칠 거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소원을 빌고 싶었지만 그 욕심만큼이나 서로를 겨눈 무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들이 회의를 하고 또 한 끝에 소원을 빌 수 있는 권한을 만 10세 이하 아이 중에 추첨하여 주기로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비는 소원은 그나마 어른들의 욕망에 비해 안전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만 10세의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 역시 어렵지 않게 타협했다. 각자의 출생신고일을 기준으로 삼고, 출생신고가 없는 경우 중간인 7월 1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 세계에서 소원권을 모았다. 모인 소원권 중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것을 AI가 자동으로 소거했다. 남은 소원권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추첨으로 뽑았다.
대망의 소원권은 6살 어린이의 것이었다.
[구름이 솜사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아이다운 소원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아마도 오늘은 '세계 솜사탕의 날'로 지정되지 않을까 싶었다.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늘에 떠있던 구름들이 솜사탕이 되었다. 솜사탕이 된 구름들이 천천히 떨어졌다. 내려앉는 거대한 솜사탕을 맞이하며 사람들이 환호했다. 먹어도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은 솜사탕 속에서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려 했다.
푹 가라앉은 솜사탕은 사람의 체온에 천천히 녹아내렸다.
녹아내리며 엉겨 붙고.
그 위로 덧씌워지고.
끈적하게 들러붙고.
굳어갔다.
녹을 만큼 녹고,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을 때. 그 안에서는 설탕공예로 만든 듯한 마네킹이 잔뜩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