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원룸촌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온갖 사람들을 다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진상은 적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게 원룸촌이다.


속옷 위에 대충 롱 패딩만 걸치고 오는 손님.


사는 것도 없으면서 기웃기웃 매장 안을 살피기만 10분 이상 하는 손님.


꼭 식사시간에 와서 사람 쉬지 못하게 하고 라면 냄새 풍기는 손님.


매장 문 앞에서 담배 피는 손님.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꼭 반대로 버리는 손님.


등등.


항상 고정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래도 역 앞이나 술집 근처, 아파트 단지 근처 편의점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것보다는 낫다 싶긴 하다.

워낙 오는 손님만 오다 보니 대충 뭘 살지, 뭘 할지 예상이 되는 것도 좋은 점이다.


그중에 꼭 점심쯤에 컵라면 두 개를 사 가는 손님이 있다.

처음 이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랬고, 벌써 한 달이 넘게 비슷한 시간에 똑같이 컵라면 두 개를 사 간다.


오늘도 12시가 조금 넘어서 그 손님이 왔다.

언제나 힘없는 걸음으로 터덜터덜 와서 매장을 한 번 쓱 훑어본 후 컵라면 두 개를 집어 천천히 계산대로 온다.

항상 머리가 이리저리 뻗친 것을 보면 이때쯤 일어나서 바로 편의점으로 오는 것 같았다.

계산대로 오는 걸음은 항상 조금 느린데 가만히 보면 냉동식품을 쳐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산 적은 없었다.

김치조차 산 적이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똑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하루 그 손님이 오지 않았다.


거의 한 달 반을 봤던 손님이 안 오지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걱정도 됐지만 하루 정도는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혹시 다른 편의점으로 옮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제 라면이 질렸을 수도 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혼자 텅 빈 매장을 오래 지켜야 하는 일이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늘었다.


슬슬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어 다음 타임 알바에서 인수인계를 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왔다.


그 손님이었다.

이상하게 조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손님은 또 컵라면 두 개를 얼른 가져와서 계산했다.


시간이 조금 달라졌어도 똑같이 컵라면 두 개였다.


별생각 없이 계산해 주고 다시 인수인계를 준비하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저녁인데?




그 다음날부터 그 손님은 컵라면을 네 개씩 사 갔다.

똑같이 점심때쯤 와서 컵라면 네 개를 챙겨 얼른 계산하고 갔다.

걸음도 조금 빨라지고, 무언가 힘이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좀 어색했지만 며칠 지나니 그것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다시 변화가 생겼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쯤 터덜터덜 그 손님이 힘 없이 왔다.

손님은 의욕 없는 눈으로 매장을 한 번 훑어보고는 망설이다 컵라면 두 개를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발을 끌며 계산대로 왔다.


익숙해질 때쯤 생긴 변화에 무심코 말을 걸었다.


“어? 이제 다시 두 개만 사시네요?”


그러자 그 손님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흠칫 놀라더니 안절부절하면서 대답했다.


“어, 어어… 그게… 죽어서……”


“네?”


“아, 아니, 그게, 어, 죽여서…… 아니… 으……죄송합니다!”


손님은 라면을 그냥 두고 뛰쳐나갔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멍하니 있는 동안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됐다.

그 후로 그 손님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 알 수 없는 손님 이후로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었다.

여전히 사람을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꽤 오기는 했지만 워낙 반복되는 일이 많아서 그다지 인상이 깊지는 않았다.


딱 한 번.


경찰이 실종자를 찾는다고 오기는 했지만 전혀 모르는 얼굴이기에 본 적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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