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발인이니까 가만히 좀 있어!"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지루해서 친척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혼났다.
친척들은 몇 번 본 적이 있는 아이도 있고, 처음 보는 아이도 있었는데, 혼이 나서 모두 표정이 안 좋았다.
다들 뚱하게 있으려니까 버스가 왔다.
"우리는 형제만 10명이 넘는 대가족이니까 버스로 화장터까지 가는 거야."
엄마가 말했지만 또 혼날까 봐 말없이 버스에 탔다.
그런데 아직 버스에 타지 않은 아줌마가 있었다.
당황한 얼굴로 누군가를 부르며 다른 곳으로 갔다.
하지만 버스는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버렸다.
장례식이라는 건 원래 이런 건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화를 냈으면서 어른들은 오히려 더 소란이다.
왜 할아버지 장례식인데 경찰이 온 걸까.
왜 우리한테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걸까.
할아버지 유골의 양이 많다는 게 도대체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