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세상을 살다 보면 저절로 쌓이는 지혜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연륜이라 부르고, 나이를 먹는다면 것이 단순히 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 삼는다.
어떤 면에서는 자부심도 가지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지혜를 가지고 그저 묵히기만 하는 것도 낭비인 일이라 젊은 놈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글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젠장, 망할 놈들이 사람을 꼰대 취급이나 하고......"

역시 여물 지도 않은 놈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못 알아듣는다면 본인의 수준 낮음을 알고 죄송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어른을 우습게 아는 것은 무슨 예의인가.

"하여간 요즘 것들은......"

술에 취해 홀로 성질이나 부리며 집에 가는 밤거리.
그때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어, 그, 뭐냐? 여기서 뭐해?"

서럽게 울던 아이는 지저분한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저기 골목께 사는 아저씨인데. 넌 누군데 여기서 울고 있어? 무슨 일 있냐?"

그것은 본능이었다.
아, 이 녀석한테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른의 말씀이 필요하다.
그런 느낌에 살짝 흥분했다.

"그게...... 왜 살려면 다른 걸 잡아먹어야 하나요? 불쌍하잖아요?"

"어잉? 어... 그게......"

생각보다 심오한 질문에 당황했다.

"그 뭐시냐 먹이 사슬... 거, 순환이라는 게......"
"그러니까 산다는 게 다 그런......"
"불쌍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당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진땀이 좀 나긴 했지만 연륜이라는 게 그런 거다.
제법 철학적인 얘기도 하고, 삶의 노하우라는 걸 설명하다 보니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말이 잘 나왔다.
아이의 얼굴도 좀 풀리는 게 보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어려서 그래. 크면 다 알게 돼."

"진짜 그럴까요?"

"그럼 그럼."

"감사합니다, 아저씨."

"응? 어, 그래."

아이가 뭔가 시원해졌다는 듯이 일어나 기지개를 한다.
이제 그 얼굴에 서러움은 없었다.

"다는 모르겠지만 조금 알 거 같아요. 불쌍해할 필요가 없는 거네요?"

"그럼 그럼."

"어차피 크면 알 테니까 지금 고민할 필요도 없구요?"

"그렇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날카로운 송곳니 가득한, 썩은 내 나는 검붉은 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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