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이사 차가 아파트 앞에 와있었다. 사다리가 걸린 집이 어딘가 보니 내 옆집이다. 드디어 사람이 들어오는 건가? 그동안 빈집이라 조용하고 좋았는데. 시끄러운 집이면 어쩌지?
일주일이 지났다. 안 좋은 예감은 왜 틀리지를 않는 걸까. 어제부터 옆집에서 조금씩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이는 톡톡 노크하는 듯한 소리. 그 후에는 쿵쿵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이제는 득득 긁는 소리. 하루 종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들리는 소리들이 나를 괴롭혔다.
도대체 뭘 하길래 이런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가구 배치가 아직 안 끝났나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계속 들려오는 소음은 도저히 그냥 참아 줄 수 없었다.
"저기요! 조용히 좀 합시다!"
결국 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조용해졌다. 아마 방음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서 그랬던 거겠지. 이제 알았으니 좀 자제하지 않을까?
착각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톡톡, 쿵쿵, 득득 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 좀! 시끄러워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무언가 말소리가 작게 들린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소곤거리는 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일부러 벽에 대고 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 진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 옆집으로 갔다.
"이보세요!"
초인종을 마구 눌렀지만 안에서 반응은 없었다.
"장난하자는 거야!"
문을 쿵쿵 두드려도 나오는 기색은 없었다. 대신 그 소리에 놀란 그 옆집에서 사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