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문대를 중퇴하고 도시로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딱히 앞으로의 계획도, 당장 할 일도 없던 나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의 소개로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하는 일은 언제나 비슷했지만 파견 장소가 항상 일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제의 그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고, 언제나처럼 연회가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연회 시작 전에 의상을 체크하고, 화장실을 미리 다녀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료에게 함께 가겠냐고 물었지만 "아까 다녀왔다."라고 하여 혼자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언제나처럼 옷차림을 점검하고 있는데 창문 쪽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 언제나 수고가 많으시네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설마 화장실에서 누가 말을 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서 보니 창문 밖에서 50대 정도의 남색 옷을 입은 여성이 이쪽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 호텔의 직원인가 싶어
"저야말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숙였다 다시 창문 쪽을 보니 여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문에서 눈을 땐 것은 고개를 숙인 잠깐입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일이 바빠서 얼른 지나갔다 생각하고 나도 서둘러 연회장으로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연회장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을 여러 번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보라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아까 내가 화장실에서 만난 여성처럼 예쁜 남색 옷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업무에 따라 두 가지 유니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기실로 향하던 중 호텔 안내 지도를 봤습니다.
난 얼어붙었습니다.
아까 간 화장실은 3층. 그리고 창밖은 복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공중이었습니다. 10m 아래 주차장과 정원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즉, 그 창밖에서 사람이 말을 걸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 여성은 어떻게 거기 있었던 것일까요? 나중에 생각해 보면 굳이 화장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역시 인간이 아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이 사실을 깨달고 나니 무서워서 그 후로는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또 그 호텔에 파견을 갔을 때, 과감하게 한 직원에게
"이 호텔에 남색 유니폼도 있나요?"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남색? 남색은 없어요. 지금 의상도 최근에 바뀐 거긴 한데 그전에는 노란색 계통이었고, 제 기억에 남색은 없네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에게 말을 걸오 온 여성의 얼굴도, 옷 색깔도, 목소리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지만 추측컨데 악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기도 했고, 그 후로 안 좋은 일이 생기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