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분명하다. 이곳에 먹을 것이 있다.
무인도에 고립된 지 벌써 이 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껴 먹는다고 아껴 먹었지만 이제 통조림이고 뭐고 남은 것이 없다.
애초에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설마 이렇게 오래 조난 당할 줄도 몰랐다.
그 사이 벌써 두 명이 죽었다.
생존자 7명 중 부상과 병으로 죽은 게 벌써 둘이나 된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이틀 동안 다들 굶주렸다.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단 한 명.
아주 멀쩡한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물론 무인도 생활에 초췌해진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이 급격히 빠지지 않고 있었다.
다들 의심의 눈으로 살펴보던 중 한 여자가 용감하게 접근했다.
남자는 우리의 눈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더니 여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저 여자의 속셈이야 뻔하지만 일단 그것을 막을 권리는 이중 누구에게도 없었다.

그렇게 밤이 지났다.
두 사람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잠깐 여자의 비명과 흐느낌이 들린 것도 같았다.
빌어먹을. 아주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구만.

다음 날 아침에 여자는 눈물 자국이 그대로인 얼굴로 비틀비틀 돌아왔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티다 더 이상 못 버티겠는지 결국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다들 확신했다.
놈은 먹을 걸 가지고 있다.
그것도 풍족하게 하지고 있다.
여자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 것을 보고 안 게 아니다.
여자를 저지경로  만들 정도로 체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 증거다.

아마 다들 놈을 노릴 거다.
다들 눈치를 보고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겠지.
그러니까 난 오늘 바로 움직인다.
지금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여기까지.
놈의 뒤를 따라 이 동굴까지 왔다.

"미안한데 기대한 음식은 없어."

들켰나? 하지만 상관없다.

"젠장. 닥쳐. 내놔.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

내 목소리라고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가 나와 깜짝 놀랐다.

"혼자 왔지? 어쩐지 그럴 거 같더라고."

"닥치고 먹을 거나 내놓으라고!"

"이제 없어. 하루 정도 더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제 그 여자 먹이느라고 다 떨어졌어."

개소리다. 아무리 여자가 고파도 소중한 식량을 그렇게 낭비했을 리 없다.

"아무래도 그 여자를 계속 써먹으려면 좀 잘 먹여야 할 거 같더라고."

봐라. 벌써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새끼가 누굴 바보로 알아? 먹을 거 없으면 다 끝인데 뭘 잘 먹여, 잘 먹이기를? 너 식량 가진 거 다 알아.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내....... 놔......"

뭘까? 왠지 균형이 잘 안 잡히는......

"진짜 어제 다 먹었어. 그 여자도 참...... 먹기 싫다고 질질 짜는 걸 억지로 먹였지."

화살? 어? 이거? 어? 저거...... 석궁......

"근데 이제 식량이 생겼네?"

시야가 기울어진다.
어두워진다.
소리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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