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꽤 큰 화상을 입었다. 집에 불이 났었다고 하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너무 큰 충격이라 기억이 지워졌을 거라고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실제로 온 가족이 죽을 뻔한 사건이라고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다. 혹시나 싶어서 그날 뉴스를 다시 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저게 내 집이었지 참. 저기쯤이 내 방이었나? 아닌가? 어디더라? 잘 모르겠다.
오른쪽 어깨에 있는 일그러진 흉터만이 내가 화재 현상에 있었다는 증거였다. 덕분에 오른팔을 잘 쓰지 못하는 달갑지 않은 흉터다. 항상 붙어 다니는 트라우마. 분명히 내 몸이지만 너무 낯선 덩어리.
그래도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었다. 꽤 오랜 시간 흉터가 뜨겁게 느껴지고, 뒤틀리는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니까 좀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치료가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상담도 잘 받고, 약도 잘 먹고 있다.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흉터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동안 잘 몰랐는데 이 흉터를 잘 보면 약간 얼굴같이도 보인다. 한참 떨어진 위치의 눈, 있는 듯 없는 듯한 코, 그냥 주름인 입...... 그냥 억지로 끼워 맞춘 거긴 하지만 한 번 얼굴 같다 생각하니 그럭저럭 얼굴같이 보였다. 이름이라도 지어줘야 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신을 해서 흉터를 흉터처럼 보이지 않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찢어진 흉터를 천사로 가리고, 수술 자국을 글씨로 가리고...... 화상 흉터를 꽃으로 바꿔놓은 사진들. ......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걸까?
타투이스트는 조금 곤란해했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게 요청을 들어주었다. 이제 이 흉터는 조금 더 확실하게 얼굴이 되었다. 약간 웃기는 모습의 캐릭터가 되니 이제 친근감도 든다.
놀라운 것은 이제 오른팔이 조금 더 잘 움직인다는 것이다. 상담 선생님이 심리적 영향 때문에 팔을 잘 못 움직이는 걸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게 정답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