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실패만 하고, 잘 풀리는 경우가 없습니다. 분명 처음에 분위기가 좋았다가도 어느 사이에 보면 모든 것이 망가져 있습니다. 이쯤 되면 세상이 저를 부정하는 느낌입니다. 그냥 망가질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한 생각이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업무를 위해 몇 번이나 백업해둔 파일이 오류가 나서 못 쓰게 되지를 않나.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돌아온 날 갑자기 도어록 건전지가 방전돼서 집에 못 들어가지를 않나.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잠깐 졸았더니 그 사이 요금이 두 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사소한 것들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마시려고 보면 종이컵에 뭐가 들어 있어서 버려야 하고. 집에서 나오는 길에 병을 밟고 넘어지기도 하고.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들어가면 잘 돌아가던 팀도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끼면 좋았던 회식 자리도 우울해집니다. 제가 없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도 그냥 부정적인 생각일 뿐일까요? 아무것도 아닌데 저 혼자 힘들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제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