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고민에 대해 이해하려면 우선 D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D가 살고 있는 집은 반지하로 상당히 넓은 편이고, 위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보증금은 주변 지역의 반 정도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신이 나서 들어와 사는 중이다. 보증금이 저렴한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가끔 들려온다.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긁는 소리. 그리고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그리고 몇 번이나 입주민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짜로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한밤중에, 가끔은 낮에도. 그렇지만 워낙 저렴한 집이라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무섭기는 해도 항상 들리는 것도 아니고, 들려도 아무 희미하게 살짝 들릴 뿐이라 애써 무시하며 살았다.
그런데 최근 그 소리가 날이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커지더니 어느 날 부터인가 뚝 끊겼다. 며칠이 지나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는 거야 원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참았지만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이유를 몰라 더 무서웠다. 괜히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주변에 사건 사고도 찾아보고 부산을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D는 지하실을 찾아냈다. 반지하 아래에 지하실이 또 있었던 것이다. 건물 밖으로 빙 돌아간 곳에 입구가 있어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다. 혹시 이곳에 소리의 원인이, 소리가 멈춘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내려가 봤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니 제법 넓은 공간이 나왔다. ‘지하대피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아마 벙커로 만들어진 장소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리의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창고로 보이는 곳을 찾았다. 다행히 조금 녹슬기는 했지만 문이 열리기는 하였다.
겨우 문을 열어보니 조금 서늘한 공기가 밀려나왔다. 약간의 조명과 함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보존식의 흔적들이 보였다. 이제 보니 이곳은 식량을 보관하는 저온 창고였던 모양이다. 아마 건물을 세울 때 만들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잊힌 듯 했다. 제법 잘 만들었는지 아무도 관리를 안 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식량들은 누가 가져간 것인지 남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찾았다.
“우와아아악!”
D는 비명을 질렀다. 창고 한쪽 구석에 시체가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시체, 그리고 얼마나 오래된 건지 뼈만 남은 시체 몇 구 있었다. 두드리고, 긁는 소리, 무어라 말하는 소리는 바로 이 시체가 얼마 전까지 살아서 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소름이 쭉 끼쳤다. 진작 알았으면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미 죽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서 신고라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
D가 얼른 나가려고 했지만 창고의 문이 잠겨 있었다. 아마도 밖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인 모양이다.
“사람… 사람 살려!”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제야 D는 입주민이 실종된다는 소문의 정체를 알았다. 그리고 어째서 살이 썩지 않을 저온 창고에 뼈만 남은 시체가 있는 지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