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E는 이 근처에서 제법 유명한 바텐더다.
우선 미인에, 화술도 좋지만 정말 잘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녀는 칵테일을 정말 잘 만들었다.
다들 그녀에게 재능이 있다고 했고, 그녀의 칵테일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똑같이 대답했다.

“재능은요, 무슨. 그냥 섞기만 하는 건데요.”

많은 사람들이 겸손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건방지다고 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질투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무시하기나 하고 말이야.”

C는 칵테일을 정말 좋아했다.
마시는 것도 좋아했고, 스스로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 C에게 칵테일을 ‘그냥 섞는 것’이라 평가하는 E의 말은 너무 거슬리는 것이었다.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이 아무리 연구하여 만든 레시피도 E가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C는 그게 너무 싫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자신보다 많은 연구를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재능의 차이인 걸까? 그렇다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술이 땡겼다.
칵테일을 좀 마셨는데도 술이 마시고 싶었다.
칵테일을 재료를 마시니까 좀 나아졌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다시 칵테일을 만들었지만 역시 뭔가 아쉬웠다.

결국 C는 E를 찾아갔다.

“독한 걸로 한 잔.”

“주문하신 칵테일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한 잔이 나왔다.
마시는 순간 자신이 찾던 술이라는 느낌이 왔다.
괜히 화가 났다.
안 그래도 이미 자신이 준비한 술을 꽤 마셨는데 거기에 E가 만든 독한 칵테일이 들어가니 순식간에 취기가 올랐다.

C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아마도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리다 잠든 것 같았다.
바에는 C와 E만 남아있었다.

무슨 소리를 한 건지 기억이 안 났다.
화를 냈던 것도 같고, 중간중간 욕을 한 것도 같다.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서 C의 얼굴이 빨갛게 됐다.

“아, 그… 미안하……”

“사실 칵테일은 정말 별거 아니예요.”

“어……”

“한 번 드셔 보세요.”

C는 E가 내미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하고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었다.

“이건?”

“칵테일은 결국 맛있는 것들을 섞어서 만드는 거니까 어지간해서는 맛있는 게 나와요.”

또 다른 한 잔을 내밀자 또 한 모금 마셨다.

역시 맛있었다.

“그런데 맛이라는 게 결국 혀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거잖아요? 그것만 알면 더 맛있는 걸 만들 수 있죠.”

또 한 잔.

“섞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순서대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확실히 그랬다. 마실수록 독특하고 다양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평소에는 못 먹는 것도 먹을 수 있어요.”

“어?”

“알콜에 장기도, 뇌도 정신을 못 차리고 뭔지도 모르고 삼키게 되니까요.”

“어어?”

C의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술에 취한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예를 들어 세제나 액상 니코틴이나 표백제나……”

E가 계속 말했지만 C는 들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듣지 못했다.
듣지 못하게 됐다.

다음날도 술집은 문을 열었다.

“어제 그 진상은?”

“몰라요? 다시는 안 온다던데요?”

확실히 C가 다시 오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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