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동생이 숲에서 목을 맨 후 그는 자살상담 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받은 상담 전화의 상대는 "예전에 숲에서 한 소녀를 죽여 매단 죄책감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습니다. 2. 가끔씩 반짝이는 것들을 가져오는 까마귀 덕에 모두가 즐거웠습니다. 어느 날은 결혼반지 같은 것을 하나 가져왔는데 아직 썩지 않은 손가락도 함께였습니다. 3.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가 자꾸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무언가'라고 하는 걸 보면 일단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챈 모양입니다. 4. 이 지독한 외계 괴물들은 메뚜기처럼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모든 천연자원을 소모해버립니다. 연구 결과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지구라고 부르는 곳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5. 얼음..
한 여자가 무당을 찾아왔다. 얼마 전부터 계속 꿈에 언니가 나왔기 때문이다. 3년 전 실종된 언니지만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자신과 닮지 않은 뚜렷한 인상의 얼굴. 조금 인상이 흐린 자신과는 분명 다르지만 그런 만큼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언니였다. 처음에는 그냥 그리워서 꾸는 꿈이라 생각했고, 그 후에는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꾸는 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몇 번이나 반복되고, 흐릿한 안개 속에서 나타나 서글프게 울다가 떠나는 그 모습은 잊혀지지 않았다. 결국 무당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허어, 다녀갔구먼. 다녀갔어." 무당은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자기 죽은 자리에 버티는 것도 힘들 텐데 그걸 다녀갔구먼." 언니의 귀신. 다시 말해 언니가 이미 죽었다는 말이지..
1. 최근 누군가 지하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은 울부짖음이 들립니다. 지하실도 없는데 말이죠. 2. 남편이 다른 여자 때문에 우리를 버린 이후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딸이 소식을 한다는 것과 그 여자가 때 뚱뚱했다는 것입니다. 3. 조심스럽게 그녀의 귀에서 녹음기를 꺼내 들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4. 뱀파이어가 집으로 들어오려면 일단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옆집 아이가 강도가 쫓아온다며 문을 두드렸을 때 일단 문을 잠그고 십자가를 준비했습니다. 5. 인체 실험에 대한 기록은 언제나 혐오스럽습니다. 어쩜 이렇게 다들 독창성이 없는 걸까요.
1.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지만 남자친구는 아직도 전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시멘트를 더 부어야겠어요. 2. 오븐을 잘못 건드린 딸이 화상을 입고 비명을 질렀다. 얼른 상처를 살펴보고 연고를 발라주는데 이상하게 아들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당신 곁에 있는 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당신을 찌르는 거야." 4. 부모님을 구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제 시각과 청각이 사라졌으니 환각과 환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5.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아래층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가 너무 거슬립니다. 그만 좀 하라고 하고 싶지만 아래층은 빈집이기 때문에 그만두었습니다.
노래방이 정말 가고 싶었어. 나 혼자 말고 친구랑 말이야. 아, 순서가 바뀌었네. 그 친구를 노래방에 데려가고 싶었어. 그냥 두기만 해도 빛이 나는 친구지만 이 친구가 노래를 부를 때문 정말 멋있단 말이야. 여자들이랑 함께 노래방을 가면 다들 뻑 간다고. 몇 번 그러고 나니까 꼭 한 번은 둘이서 가보고 싶었어. 근데 요즘은 다 무선 마이크에 시설도 너무 첨단이야. 그래서는 안 되지.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곳이 아니야. 난 좀 옛날 노래방을 가고 싶어. 그래서 여기저기 한참을 발품을 팔아 겨우겨우 옛날 노래방을 찾았어. 낡은 기계, 낡은 스피커, 낡은 마이크! 특히 이 좀 소리가 새는 듯한 마이크가 중요해! 이제 친구를 데려와야겠지? 함께 술도 조금 마시고. 노래나 좀 들려달라고 꼬셔서 노래방으로 왔어. ..
우리 회사 동료가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왔습니다. 새하얀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안고 미소 짓는 동료의 미소는 이미 어머니의 미소입니다. "출산 축하해! 아기 좀 안아봐도 돼?" "응! 여기." 그렇게 말하고 동료는 아기 포대기를 돌려 나에게 전했습니다. "윽...!"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비었습니다. 포대기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는 그 텅 빈 포대기를 소중하게 안고 있었습니다. 문득 깨어보니 사무실 책상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주일 정도 후에 그 동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유산이라며 울고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합니다만...... 종종 이렇게 앞날을 암시하는 듯한 꿈을 꿉니다.
1. 상담사는 뛰어내리고 싶을 때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 말이 나에게 필요한 최후의 용기를 준 것 같다. 2.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10년 만에 돌아왔다고 전했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곧바로 돌아오셨지만 어머니를 찾는 대신 지하실로 내려가 무너진 벽을 보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3. 아직 어린 딸은 뭐든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장난감을 고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연히 질식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냈습니다. 4. 일주일의 스트레스는 사우나에서 푸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입장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 내가 포기하는 것과 사람들이 내가 마비된 것을 눈치채는 것 중 어느 것이 빠를지 고민 중입니다. 5. 나는 침착하게 아빠가 나를..
이것은 내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문대를 중퇴하고 도시로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딱히 앞으로의 계획도, 당장 할 일도 없던 나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의 소개로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하는 일은 언제나 비슷했지만 파견 장소가 항상 일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제의 그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고, 언제나처럼 연회가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연회 시작 전에 의상을 체크하고, 화장실을 미리 다녀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료에게 함께 가겠냐고 물었지만 "아까 다녀왔다."라고 하여 혼자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언제나처럼 옷차림을 점검하고 있는데 창문 쪽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 언제나 수고가 많으시네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설마 화장실에서 누가 말을 걸 ..
1. 귀신이 되자마자 가장 곤란한 것은 고양이를 만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때까지는 내 시체를 그냥 뒀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2. 제 아내의 목을 베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너무 빨리 끝나잖아요! 3. 계단에서 넘어진 직후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난 그것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었음을 깨달았다. 4. 아이는 재빨리 전등을 켰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5. 엄마가 집에 안 계셔서 아빠가 음식 재료를 손질하겠다고 창고로 가셨습니다. 너무 늦는 아빠를 부르러 간 여동생도 벌써 30분째 오지 않고 있습니다.
1. 포춘 쿠키의 메세지에는 [당신의 죽음은 예기치 않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하루]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2. 교사로서 저의 의무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줄은 몰랐습니다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3. 자동차 충돌 테스트를 지켜보다 조금 놀랐습니다. 저 더미...... 분명 충돌 직전에 조금 움직인 거 같은데...... 4. 시계를 보며 "사망 시간은...... 11시 3분으로."라고 지시하자 옆에 있던 인턴이 움직였다. 11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5. "저 아이를 둘로 갈라서 두 여자에게 반씩 주어라." 두 여자는 왕의 판결에 동의했고, 같은 시간 실종된 아이를 찾는 여인은 밖을 ..
초여름의 초저녁. 아직은 아주 뜨겁지 않아 창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제법 선선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밖의 풍경은...... 글쎄... 조금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다. 제법 높은 층 아파트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름이라 그런 건지 이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왜 이렇게 밖의 모습에 집중하는지, 왜 이 풍경을 어머니와 함께 보고 있는지, 왜 함께 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술기운이 오른 것일까? 확실히 그런 거 같다. 원근이 무너지고, 경계선이 흐트러지는 듯한 풍경에 손을 내밀면 푹하고 손이 파고들 것 같다. 어머니의 모습이 어느 순간 안 보였다. 어디로 가신 것일까 싶었는데 술병을 가지고 오시는 것이 보였다. 아마 술이 좀 부족하셨나 보다. 투명하고 큰 위스키 병. 우리 집에 저런..
군대 선임 A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날 A 선임은 야간 근무를 위해 산꼭대기 초소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꽤나 험한 산이고 초소까지 가는 산길은 외길이라 밤에는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입니다. 거기에 올라가다 보면 초입쯤에 이제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초소가 하나 더 있어서 괜히 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6.25 때 쓰는 초소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폐가와 다르지 않은 곳입니다. 그날도 묘하게 꺼림칙한 분위기에 A 선임은 서둘러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A 선임은 산 위 초소에 가서 B 선임과 교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B 선임은 내려가서 복귀를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초입에 있는 버려진 초소에서 B 선임이 부르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야, A!" "일병 A!" ..
1. 우리 기획사는 장애인 역할에는 역시 장애인 배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능한 배우들이 그 역할을 원한다면 언제든 캐스팅할 수 있도록 '사고'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2. 할아버지 옥수수밭에 있는 허수아비는 때로 너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허수아비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똑같은 흉터를 발견했을 때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3. 평소 폐소공포증 때문에 방문을 열고 잡니다. 문제는 자는 동안 그게 닫혔다는 겁니다. 4. 어린 소녀가 "정말 들어오시지 않는 게 좋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5. 마을에 뿌려진 실종자 포스터에 내 얼굴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목격일'에 내일 날짜가..
나는 겉도는 아이다. 반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내가 피하든 상대가 피하든 혼자일 때가 많은 아이다. 아마 내가 피하는 것보다는 다른 애들이 피할 때가 많을 거다. 초등학생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 나는 섞이기 힘든 아이고, 저 친구들은 내가 잘 모르는 아이들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 그래서 조금 무서운 것도 같다. 어느 날 한 아이의 집에서 큰 파티를 연다고 한다. 왜 거기에 끼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어서......가 이유라면 이유겠지. 장소는 큰 강당 같은 파티장. 넓고 큰 강당에 넓고 큰 장식과 넓고 큰 테이블...... 너무 크게 느껴지는 그것들은 마치 하나의 미로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이 파티장은 초등학생들이 놀..
1. 아이가 "기부"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돈을 꺼내 노숙자에게 주었고, "위생"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 노숙자를 목욕시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이어서 "살인"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2. 룸메이트가 우리 가족을 죽이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를 거미줄로 감싸고 그 몸 안에 알을 낳기로 했어요. 3. 헌혈을 하면서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병에 걸릴 겁니다. 4. 항상 조수석에 앉아 잠이 드는 남자친구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그의 안전벨트를 풀고, 콘크리트 벽을 향해 가속했다. 5. 350도로 예열하고, 30분 동안 굽습니다. 과정이 귀찮다면 그냥 입양 보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