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하실 문을 응시하면서 포로가 절망할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2. 내가 바람 피우는 것을 들킨 이후 남편은 눈을 뜨고 잡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잡혔을 때 눈꺼풀만 잘라낸 것은 아닙니다. 3. 귀가 멀었을 때 가장 나쁜 점은 평범한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보다 더 안 좋은 것은 평범한 소리 외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4. "엄마~ 이웃집 애들이랑 놀아도 돼?" 나의 말은 "이웃... 이웃.... 애들.... 애들..... 돼... 돼.... 돼....."하며 아버지가 엄마를 숨긴 우물에 메아리쳤다. 5. 거울을 볼 때마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딱히 특이한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살다 보면 저절로 쌓이는 지혜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연륜이라 부르고, 나이를 먹는다면 것이 단순히 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 삼는다. 어떤 면에서는 자부심도 가지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지혜를 가지고 그저 묵히기만 하는 것도 낭비인 일이라 젊은 놈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글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젠장, 망할 놈들이 사람을 꼰대 취급이나 하고......" 역시 여물 지도 않은 놈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못 알아듣는다면 본인의 수준 낮음을 알고 죄송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어른을 우습게 아는 것은 무슨 예의인가. "하여간 요즘 것들은......" 술에 취해 홀로 성질이나 부리며 집에 가는 밤거리. 그때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 것은 우연..
전화를 하려다 떨어진 폰을 집어 들었다. 마침 카톡이 왔다. 누나 (뭐하냐) 뭐라 해야 하나......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어 적당히 말했다. 나 (그냥) 누나 (그냥은 무슨 ㅋ 살아는 있냐?) 살아는 있냐니 무슨 질문이 이러냐. 나 (몰라 죽은 듯) 누나 (ㅋㅋㅋㅋㅋ) 누나 (그럼 반찬 안 줘도 됨? 엄마가 갖다주라는데) 아, 이건 생각을 못 했네. 별 수없이 지금 오라고 해야 할 듯하다. 내가 없을 때 오면 이 난장판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지. 나 (올 거면 지금 와 나 좀 있다가 나갈 거야) 누나 (아 왜 지금이야) 나 (지금 아니면 못 볼 거 같은데) 누나 (진짜 귀찮네 기다려 갈 테니까) 나 (ㅇㅇ 기다릴게) 누나 (오늘따라 좀 이상하네? 별일 없지?) 나 (아직은 없어) 누나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모 회원제 리조트호텔에 근무했을 때 어느 노부부가 남긴 설문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일반적으로 모든 회원들에게 받는 만족도 조사였습니다만, 마지막에 있는 [바라는 점]에 '충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충고. 저희가 묵은 7층의 000호실은 영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뒷면에 써두었으니 후에 굿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 방은 전부터 불만이 있는 방이었습니다. *누군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베란다에서 무엇이 움직입니다. *욕실의 물이 마음대로 나옵니다. *짐이 어질러집니다. *밤에 귓가에 소리가 들립니다. 등의 이유로 평소에는 폐쇄된 방입니다. 우연히 성수기에 다른 호텔에서 연수 온 직원이 이중 예약을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주임의 판단으로 그 방을 내어줬습니다. 뒷면..
1. 범인이 범죄 현장에 다시 방문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희생자들도 그렇습니다. 2. 도둑이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고 잠에서 깨어났다. 이렇게 쉽게 희생자를 찾은 적은 없었는데. 3. 나는 좀비에게 잡아먹히는 꿈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좀비는 존재하지 않아!"라고 외쳤다. 룸메이트는 칼로 내 혀를 자르며 "사람을 먹는 게 꼭 좀비일 필요는 없지."라고 말했다. 4. 가위에 눌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귀신같은 것이 보여도 그러려니 한다. 나는 돌아누워 다시 잠들었다. 5. "나의 마지막 소원은 아내와 함께 묻히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앞에 '내가 죽은 후에'라는 말을 붙였어야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좀 그렇단 말입니다. 실적이 줄어드는 게 우리 탓도 아닌데 상부에서는 자꾸 개선을 하라고 해요. 자기들이야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좋은 시절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인구 상승률만 봐도 답이 나오죠. 평균 출산율 3명, 4명 찍던 시기와 1명이 되네 마네 하는 지금이랑 같습니까? 호황기는 이미 지났고 통계를 맞춰보면 지금은 꽤 선방하는 중인데, 하여간 운 좋아 실적내고 승진한 양반들은 그걸 몰라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지. 무조건 올해 목표치를 채우라니까 우리도 뭐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라고 이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라는 건 알아달라 이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원망하지 마세요. 그냥 감기 걸린 거 가지고 이러는 법이 어디 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원래 죽음이란 건 이유가 없는..
나는 오늘도 달린다.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리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깨어난다. "으헉!" 꿈에서 달린 영향인지 온몸은 땀투성이에 숨은 거칠기 짝이 없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이러고 있다. 덕분에 잠을 자도 피곤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쌓여만 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꿈속에서 온 힘을 다해 달리는 동안 알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러너스 하이? 그런 명칭이라고 했던 것 같다. 달리다 보면 아드레날린이 왕창 나와서 취한 듯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걸 나는 꿈에서 경험하고 있다. 진짜 달리는 것도 아니면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몸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꿈이 너무 실제 같아서 정말 운동 효과라도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좋을 ..
"길 좀 가르쳐주세요." 저녁에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키가 큰 여자였다. 다리가 약한 것인지 이상하게 가늘고,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팔도 가늘어서 나뭇가지처럼 보였고, 빨간 핸드백을 걸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몇 번이나 한숨인지 그냥 숨을 쉬는 건지 모를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도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아... 그, 어디요?" 위험한 사람 같다. 얼른 대답해 주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oo아파트 ooo동 ooo호요." "......" 거기는 내가 사는 아파트다. 심지어 동, 호까지 내 집이었다. "그... 모르겠는데요." 진심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여자는 으득 소리와 함께 허리를 부러질..
1. 그의 청혼을 받고 그녀는 어머니의 유품을 목에 걸었습니다. 양아버지와 결혼하느니 어머니처럼 목을 매는 게 낫습니다. 2. "우와, 자느라 몰랐는데, 벌써 수족관이에요?" 아이에게 우리가 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요. 3. 난 그녀가 첫 만남에 자신의 심장을 빼앗아갈 사람을 기다린다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소원을 들어준 것뿐입니다, 판사님. 4. 음식을 떨어뜨렸을 때, 음식이 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작은 아이를 집어 들고 저녁 식사를 계속했다. 5. 유서를 다 쓴 후 의자에 올라가 밧줄을 목에 걸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흐르는 눈물 너머로 본 것은 웃으며 나를 지켜보는 아버지였습니다.
그날은 무더운 여름이었다. 나는 2층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띵동~ 띵동~ 띵동~] 누군가 온 것 같다.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내가 나가봐야 하지만 귀찮아서 무시하고 있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그리고 일정한 리듬을 붙여가면서 초인종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끈질긴 사람이네. 도대체 누구지? 2층 내 방에서 현관 쪽을 살짝 보니 흰옷을 입은 40대 아줌마가 밀짚모자 같은 것을 쓴 흰옷의 여자아이와 함께 서있는 것이 보인다. 요즘은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전도하나? 귀찮지만 일단 나가 볼까 하고 아래로 내려가 현관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다. 뭐야, 벌써 갔나? 모처럼 나왔더니...... 다시 자려고 2층 방에 누웠다. 그런데. [띵동~ 띵동~ 띵동~] 또 초인종이 울렸..
1. 범인이 남긴 편지에는 "내일까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은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편지를 최선을 다해 살폈지만 역시 점자는 없었습니다. 2. 아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CCTV를 켰다. 몽유병이 이렇게 심해진 줄 몰랐어요...... 3. 친구들은 내 남자친구가 내 아버지와 닮았다고들 한다. 내 배에 새로 생긴 담배 화상을 보면서 나는 그가 내 아버지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4. 나는 거울을 쳐다보며 "세상에 어떻게......"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제 난 경찰이 찾아와서 여자친구가 살해당했다고 말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5. 아버지가 연쇄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날은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날입니다. 이제 내가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또 해드릴 수 있을지..
독립하여 원룸에서 살게 된 대학생 J의 이야기다. 그 빌라에는 햇살이 들어오는 2층과 주차장이 가까운 1층에 빈 방이 있었다. J는 주차장이 가까운 1층 방을 선택했다. 관리자가 "정말 여기로 괜찮아요? 2층에도 빈방이 있는데?"라고 했지만 사실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1층으로 결정했다. "집세도 저렴하고 정말 좋은 방이네."라며 매우 만족했다. 하지만 이사를 와서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하자 전에 못 보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 한 쪽 구석에 뭔가 긁힌 자국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물론 J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평범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구석의 긁힌 자국이 괜히 신경 쓰여서 긁힌 벽 아래의 장판을 걷어보았다. 그러자 한 장의 사진이 나왔다. 사진에는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
1. 존경하던 공포 소설 작가가 "어두운 방에 앉아 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을 상상해보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의 선물이 뭔지 알게 된 것은 내 목덜미에 뜨거운 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 가까운 이웃은 아니지만 옆집 아이들이 이상합니다. 부모님을 살해한 지 4일이 지났는데 왜 경찰을 부르지 않고 뒤뜰에 조용히 묻었을까요? 3. 우연히 여자 친구의 집에서 커다란 고치 같은 것들이 가득한 방을 찾아냈다. "자기는 제발 나를 떠나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4. 언제가부터 딸이 학교를 갈 때면 나에게 "보고 있어?"라고 물어보곤 합니다. 그래서 항상 딸을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 있었는데 오늘 돌아보니 누군가 창밖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5. 치료를 받아도 아내의 몽유병이 날이 갈수록 ..
어느 날 저녁.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을 쿵쿵 두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친구 B가 흥분한 모습으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야! A! 좀 열어봐!" 황급히 창문을 열었더니 B가 무서운 기세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말이야! 엄청난 일이 있었어!" "어? 잠깐. 근데 말이야......" "아, 좀 들어봐. 아까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었거든? 강 옆을 따라서 쭉 달렸어." "...... 응." "그런데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한데? 하고 자전거를 내려다봤는데......" "왜? 무슨 일이었는데?" "자전거 체인이 안 돌고 있는거야." "뭐?" "분명 체인이 걸려는 있었거든? 그런데 체인도 안 돌고 바퀴도 안 돌고 있던 거지." "근데 어떻게 달린 거야?" "몰라. ..
1.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근데 왜 난 아직도 말을 하고 있지? 2. 나는 울면서 남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게 애원했다. 그 자식을 얼른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직전에 도망쳤어! 3.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분명히 될 수 있다고 응원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일단 커서 의대를 졸업하기 전에는 수술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줬어야 했습니다. 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음성 메세지가 오냐고! 5. "죄송하지만 여기는 가면을 써야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가면이라면 벌써 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피해자의 가죽 위치를 조금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