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작가 : 귀 큰 개

 

언제부터 일까. 어린 시절부터? 철이 들었을 때부터? 사람과 접촉하게 된 때부터?

컵 속에서 벌레가 우글 우글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벌레가 나온다.

케첩을 짤 때도,

신발을 신는 때도,

목욕을 할 때도.

물론 그것은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빠짐없이 벌레가 나오고 있다.

이제는 그런 일에 익숙해져 벌레가 보여도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고, 라면, 돈가스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다.

얼굴에서 벌레가 줄줄 나오고 있는 사람과 대화도 하고, 일도 하고 있다.

단지, 이런 상황 때문에 친한 사람이 없을 뿐이다.

어느 날엔가 한 뉴스가 의학 잡지에 발표되었다.

[벌레를 안 보이게 하는 약]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있었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에게도 약을 복용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벌레가 줄줄 나오는 수도꼭지에서 벌레가 줄줄 흘러넘치는 컵에 물을 넣고, 약을 입에 밀어 넣는다.

즉효성 약물이라더니 약을 삼키는 순간 수도꼭지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TV로 보던 세계가 눈앞에서도 펼쳐진다.

욕조도 벌레로 가득하지 않으며, 밥솥을 열어도 벌레가 우글 우글 있지 않다.

모두는 이런 세계에 살고 있었구나 하고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다음날, 언제나처럼 아침을 먹고 일터로 향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TV 나 사진과 같았고, 눈도 코도 입도 귀에서도 벌레가 나오지 않았다.

자동판매기에서도, 자동차 배기관도, 길가에 버려진 편의점 종이컵에서도 벌레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TV와 같구나 하고 다시 생각했다.

직장에 도착하면 동료들이 당연하게 있고, 이제 벌레가 나오지 않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흰색과 검은색의 눈으로 나를 본다.

…….

"그런가… 지금까지 벌레 때문에 몰랐네."

흰색과 검은색의 무기질적인 눈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벌레를 보고 있는 것처럼 차갑게 보고 있었다.

존중 한 조각 보이지 않는 경멸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랬구나… 벌레가 숨겨주고 있었어……."

그날 밤 하나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5 일 오후 6시 45 분쯤 30대 남성이 열차로 뛰어드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이송되었지만 끝내 병원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고로…….



*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번역하였습니다.
원작 링크 : https://ncode.syosetu.com/n5414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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