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연쇄살인은 아니다. 사건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니까.
경찰이 처음 현장에 들어선 것은 사건 당일이 아니라 며칠 후였다. 한 건물에 있던 사람이 모두가 죽었기에, 정확히는 자폐증 소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기에 신고가 늦었다. 정기적으로 이 복지센터를 방문하던 자원봉사자가 아니었다면 그 남은 소년 역시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었다는 신고에 출동한 경찰이 본 것은 잔인하고 처참한 살인의 현장이었다. 온갖 방법으로 살해당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단, 하나도 멀쩡한 시신이 없었고, 그 살해 과정이 겹치는 경우도 없었다.
피해자는 총 12명. 복지센터의 센터장과 상주상 담사, 행정실 직원, 센터에서 보호받던 사람 9명이었다.
낡은 시설에는 오가는 사람도 적고, cctv도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었다. 경찰은 어떻게 단서를 잡아야 할지 난감했지만 곧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살아남은 자폐아의 그림일기 스케치북에서 범행 과정을 그린 스케치가 나온 것이다.
범인은 무력한 자폐 소년을 질질 끌고 다니면 사람을 하나씩 잔인하게 죽였다. 아이를 바로 옆에 두고 자세히 보게 만들었다. 소년은 멀쩡한 정신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어쩌면 자폐 증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충격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과정과 그 시신의 모습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스케치했다. 굶어죽어가는 중에도 그 그림만을 그린 것이다.
스케치북에 표기된 날짜는 신고 4일 전, 다시 말해 소년은 적어도 4일 이상 시체들 옆에서 그 잔인한 살해 현장 옆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 놀라운 일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소년을 위한 성금이 모이고, 보호하겠다는 시민단체, 복지원이 줄 지었다. 대리인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소년은 철저하게 보호되어 만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그쯤 되어 부검 결과가 나왔다. 잔혹한 현장과 달린 사인은 모두 독극물에 의한 즉사, 혹은 신체 마비나 혼절 후 칼에 의한 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