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상처가 아픔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작은 상처가 끔찍하게 아프기도 하지만, 너무 큰 상처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아프지 않기도 한다. 상처 위에 상처가 더해지면 두 배는 아플 것 같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3배, 4배의 아픔이 찾아오지만, 어떨 때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어쩌면 상처마저 죽어버려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응, 아마 그럴 거다.
나는 이 사실을 아주 어릴 때 배웠다. 얇은 회초리로 맞은 게 몽둥이보다 아플 수 있다는 것도 배웠고, 주먹에 맞은 것보다 맞아서 넘어질 때 긁힌 자국이 더 아플 수도 있다. 같은 곳을 몇 번이나 맞다 보면 오히려 아프지 않기도 했다. 대신 조금 어지럽기는 했지만.
그리고 내 동생. 이 아이는 아주 작은 상처도 끔찍하게 아파했다. 저 혼자 넘어져 작은 멍이 생겼을 때도, 장난감에 긁혔을 때도 울며 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면 부모님은 나를 때렸다. 몇 번을 구르고, 몇 번을 주저앉으면서 아픔보다도 신기함을 느꼈다. 분명 내가 더 많이, 더 깊이 상처 입었을 텐데, 난 동생보다 아프지 않았다. 어째서 그런 걸까.
그리고 오늘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프지 않은 상처도 있다. 상처가 죽은 것도 아닌데 전혀 아프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상처는 전혀 아프지 않다!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아프다고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난 전혀 아프지 않았다. 청소용 약을 삼키고 꺽꺽거리는 엄마도, 뼈가 부러져 끅끅거리는 동생도, 칼에 찔린 아빠도 모두 커다란 상처를 입었는데 나는 아프지 않다.
하지만 다들 너무 아파하니까 큰일이다. 아마 상처와 아픔이 같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닐까? 그럼 지금부터 상처가 죽으면 별로 아프지 않다는 걸 가르쳐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