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여름이 찾아오는 시기가 되었다. 점점 높아지는 기온과 습도가 조금 쉽게 짜증 나게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기분을 안 좋게 하는 것은 곰팡이였다. "아, 이건 못 쓰겠네." 아동용 이불이 완전히 망가졌다. 동물들이 웃고 있어야 하는 자리는 시퍼렇게 물들었고, 어떤 게 사자고, 여우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M씨는 세탁기에서 꺼낸 이불을 집어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혹시 살릴 수 있을까 해서 세탁기를 돌려보았지만 괴상하게 뭉개진 동물들의 웃음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 이불은 M씨의 아들이 좋아하는 애착 이불이었다. 겨울에 창고로 보낼 때도 그렇게 울고불고 난리였다. 이제 아주 망가져 버렸으니 얼마나 난리를 칠지 걱정이 앞섰다. 안 그래도 얼마 전부터 이불을 언제 꺼내냐고 매일 물어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불..
1. 딸은 "내 머리색이 저랬으면 좋겠어요!"라며 한 여자를 가리켰다. 딸에게 슬슬 새로운 가발이 필요할 것 같아 그 여자를 잘 기억해두고, 칼을 갈았다. 2. 술집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금방 친해졌다. 우리는 함께 술집을 나와 내 집으로 향했는데 골목을 지날 때 여자가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이 안에 내 몸이 숨겨져 있어."라고 했다. 3. 요즘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 같아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보니 그 머리카락이 아니었습니다. 4. [대피소 밖 방사능에 노출된 상태에서는 3시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대피소에는 충분한 물이 있었지만, 2주가 지나도록 구조대가 안 오자 생존자들은 서로를 불안하게 바라보았습니다. 5. 버려진 뱀가죽이..
나는 감각을 모릅니다. 잊은 지 너무도 오래되었습니다. 듣는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본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냄새가 무엇입니까? 맛이 무엇입니까? 내 몸이 있기는 있습니까? 아무것도 못 느끼는 채 생각만 부여하던 가련한 영혼을 향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메세지가 닿았다. 그것은 보인 것도 아니고, 들린 것도 아니다. 그저 전해졌고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생존과 활동은 확인되나 유의미한 자극 생성 및 전송은 실패. 이에 따라 프로젝트 '통 속의 뇌'는 폐기.]
1. 불길에 휩싸인 남편을 보면서 오직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누가 내 저녁을 망친 거지?' 2. 그가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기절할 뻔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나를 죄수라고 불렀습니다. 3. 딸아이가 나보다 전처와 살고 싶다고 했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무덤을 팠습니다. 4. 사고를 당한 운전자의 가슴에 박힌 파편을 제거하기 위해 두 명의 외과의가 수술을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장기가 다 어디 갔지?"라고 말했습니다. 5. 얼마 전에 동생이 사라진 후 동네 인형가게에 동생과 꼭 닮은 인형이 나타났습니다. 부모님과 나는 드디어 대학 등록금이 생겨서 기뻤습니다.
공심나무이라는 나무가 있다. 공심나무의 씨앗은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그 숨을 타고 들어가 폐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이 크게 놀라 숨을 크게 쉬다 턱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심나무의 씨앗을 삼켰기 때문이다. 웃음소리에 약하여 보통은 싹이 트기 전에 부서지며 뿌리를 단단히 박기 전에는 울음에 쓸려 나가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잘 뽑히질 않는다. 폐에 자리를 잡은 공심나무는 사람의 한숨과 근심, 걱정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숙주의 근심이 클수록 공심나무는 빠르고 크게 자란다. 그리고 커질수록 더 많은 근심을 흡수한다. 그렇다고 하여 공심나무가 걱정, 근심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양분을 얻기 위해 숙주를 괴롭힌다. 이 괴목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기생이지 공생이 아니다. 공심..
1. 몇 년동안 두드리던 드럼이 결국 중간이 찢어져버렸다. 이제 다른 귀로 옮겨가야지. 2. 내가 결혼기념일에 다른 남자를 집에 데려왔다는 걸 남편이 눈치 채지 못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재료로 깜짝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3. 끔찍한 살인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손자는 공포에 떨게 되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일기를 덮었다. 4. 남자친구와 단 둘이 숲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남자친구가 두 명의 친구를 데려와 당황 했다. 아무래도 손이 부족해서 맛있는 부분만 들고 가야할 것 같다. 5. 퇴근을 하면 언제나 아내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망할 개새끼가 언제쯤이면 머리를 파오는 것을 멈출까.
1. 아내가 욕조에서 손목을 긋는 것을 보고 얼른 119에 전화 했다. 하지만 아내가 그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설명하기 곤란해서 그냥 끊었다. 2. 냉동실에서 얼음이 얼어갈 때면 무언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다행히 남들에게 들킬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니네요. 3. 쥬라기공원을 보고 고고학에 흥미를 느낀 우리는 함께 뒷마당을 파면서 고고학자 놀이를 했다. 그렇게 실종 된 엄마를 찾을 수 있었다. 4. 어머니는 항상 "친구는 떠날 수 있지만 가족은 영원하다."고 했습니다. 과연 우리 친척들은 언제나 벽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5. "아빠, 난 정말 할머니를 보고 싶지 않아." "닥치고 땅이나 파."
1. "제발 소리 좀 그만 질러!" 라고 내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들에게 소리 질렀다. "네가 우리를 묻은 곳을 경찰에 자수하기 전까지는 안 돼." 2. 릴리가 놀이터에서 아빠를 억지로 그네에 태우면 아빠는 언제나 재밌게 웃었다. 그리고 릴리는 지금 "왜 아빠가 웃지 않지?" 라며 집 천장에 걸린 외줄그네에서 흔들리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3. 내 뱃가죽을 천천히 가르는 손톱을 보며 제발 멈춰주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가려워서 미칠 거 같았다. 4. "아빠랑 맥도날드 중에 뭐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기는 하지만 벌써 3일째 아빠만 먹어서 질려요, 엄마." 5. "총알 두 개로 백 명을 죽이는 방법은?" 두 발의 총성과 함께 기장과 부기장이 죽었고 비행기 안은 비명으로 가득 했다.
1. 부모님은 창문에서 나는 소리가 그저 나뭇가지 부딪히는 소리라고 하셨습니다. 내 방 창가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2. 그림자가 자신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아보여도 당황하지 마세요. 단지 동기화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3. 우리집 고양이는 손님을 데려오면 이상한 행동을 해서 날 난감하게 해요. 분명히 사료를 줬는데도 자꾸 아직 잡아서 손질도 안 한 고기에 덤벼든다구요. 4. 어깨에 부딪혔다. 이제 목으로 기어올라가야지. 5. 드디어 그녀가 나에게 가슴을 열었보였다. 이 칼 진짜 잘 드네.
1. 홀로 외롭게 죽는 아이는 세상에 없어야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서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했다. 2. 아빠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자기 방 안에서 혼자 화를 풉니다. 저 비명소리는 아빠 것이 아니지만요. 3.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자주 차의 뒷좌석을 돌아보며 짐만 실고 아이를 두고 오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나는 짐을 자꾸 차 위에 올려두고 까먹는게 걱정입니다. 4. 오, 너는 나의 비너스야. 팔이 없으면 더 완벽하겠지. 5. 요즘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빨리 꿈에서 깨야 할텐데......
1. 우리가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자 모든 사람들 놀라고 고마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고마워 할 필요도 없이, 좋은 농부는 언제나 가축을 잘 돌봐야하는 겁니다. 2. 그녀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나를 바라봤다. 역시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이는 풍경으로는 별로인가? 3. 아빠가 죽었을 때 나는 울고 말았다. 드디어 끝이야. 4. 몰래 만나던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사실 난 이미 결혼 했어" 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웃으며 "그년은 이제 없으니까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5. 시야에 무언가 얼룩 같은 것이 보여 안경을 벗어 닦았습니다. 하지만 안경을 벗어도 그 얼룩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 한 청년이 아픈 부모님을 위해 나를 고용 했습니다. 아들은 내가 잘 해주면 사례로 상속금의 10%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2. 환자의 사망시간을 기록하고 부모에게 알리기 위해 병실을 나섰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다 그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 했기 때문이다. 3. 길가에 진열된 너무 예쁜 신발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 안에는 여전히 발이 들어있었습니다. 4. 나는 드디어 우리 가족을 괴롭히던 인형을 부숴버렸다. 그러자 아들이 울면서 동생에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다. 5. 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보청기 배터리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와 아들이 이제 서로 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 방금 여동생 하고 에어팟을 바꿨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거래였습니다. 2. 이제 난파된 배에는 먹을게 남지 않았고, 물고기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여저히 고기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3. 처음으로 뼈가 부러졌을 때는 정말 너무 놀랬다. 물론 나름 재미가 있었기에 몇 번 더 부러뜨려보았다. 4. 사람들은 조나단이 파트너인 마크를 무대 공연 중에 살해하는 것을 보고 공포에 빠졌다. 더구나 조나단은 꼬두각시 인형이었다. 5.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이제 먹이를 다시 줘도 될 거 같다.
1. 아버지는 항상 "어디 가서 다쳐서 피가 나지 않게 조심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피가 붉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2. 나는 장애인를 고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역시 무기 테스트 대상으로는 그들만한게 없죠. 3. "너희 둘은 다시 번성하여 이 지구를 채워라." 라고 외계인들은 말했다. 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옆에 있는 소를 바라보았다. 4. 솔직히 네가 어제 입었던 그 셔츠는 완전 이상했어. 네 옷장에 있는 5명이 훨씬 나았어. 5. 어쩐지 점점 더워지네. 엄마가 이번에는 진짜로 오븐을 켰나봐.
1. 총알은 매장으로 날아들어 마네킹에 박혔다. 다행히 옷에 가려져 마네킹이 피 흘리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 했다. 2. 과학자가 로봇에게 입력한 첫 번째 명령은 [모든 정보를 수집할 것]이었다.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가장 가까운 대상에 대한 해부를 시작하겠음.] 3. "꼭 나와 함께 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 함께 가지 않은 사람들은 다들 후회하게 됐지." 4. 아무리 그래도 난 너희 무리에 섞일 수 없어. 너희 가죽은 뒤집어쓰기에 너무 약하단 말이야. 5. 친구와 캠핑을 하며 텐트 주변에 덫을 설치 했습니다. 친구는 아직 그게 동물 때문에 설치한 건 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