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간 휴게소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컵을 받아보니, 바닥에는 "도망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2.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누군가 몰래 끼워넣은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지금 바로 집에 가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3. 밤에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 안에 내 신발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4. 자는 중에 스탠드 불빛 아래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불을 켜니, 내 베개 옆에 누군가의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5.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돌아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닫힌 문의 비밀 오래된 저택에 새로 이사온 가족은 2층 복도 끝에 굳게 잠겨있는 문을 발견했다. 중개인은 그 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그냥 놔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문 앞에 놓인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에는 "문을 열지 마세요. 그대로 두세요." 라고만 적혀 있었다. 공원의 그림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에는 큰 나무 아래 벤치가 하나 있었다. 이 벤치에는 항상 나이 든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그 벤치에 앉아서 놀다가 그 벤치 아래에 수많은 아이들의 신발이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1.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하고 재생했다. 테이프에서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계속해서 울는 소리가 들렸다. 2. 마지막 버스에 혼자 탑승했다. 중간에 정거장에서 타고 내린 승객은 없는데, 뒷좌석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다. 3. 지하실에는 옛날부터 들어가지 말라던 문이 있었다. 오늘은 문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4. 밤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 중에는 내 것과 닮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5. 새벽에 깨어나 보니 발 아래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니 내 발밑에는 누군가의 손이 있었다.
1. 아기의 울음소리가 집안에서 들려서 달려갔다. 아기방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벽에는 "나도 보고 싶었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2. 방문을 열자, 어두운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몸 없이 손만 있었다. 3.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을 때, 외부에 눈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 눈 속에서 무언가 사람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4. 친구가 문자로 내 사진을 보냈다. 사진의 배경은 내 침실이었다. 5. 공원에서 산책 중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풀숲 속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웃고 있었다.
아직 어렸을 때의 일이다. 열 살? 아니, 그보다는 더 컸었던 것 같다. 어느날 밤 아버지께서 집 밖으로 나가셨다. 어지간하면 늦은 시간에는 잘 나가지 않는 분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조금 놀랐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친구분이 돌아가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장례식을 가는 것이라고. 오늘은 아마 거기서 주무시고 오실 거라고 하셨다. 집이라는 공간에 가족의 구성원 중 한 명이 비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그 때는 그 빈자리가 낯설고 어색했다. 무언가 크게 부족하고 불안정한 느낌이었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아버지는 돌아오셨다. 드디어 빈자리가 채워져 기분이 좋아졌지만 아버지의 얼굴은 편치 않아 보였다. 친한 친구가 떠난 것이니 그 슬픔이 ..
[띵동] 시간이 충분했기에 여유롭게 초인종을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띵동띵동]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꾸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집에 있을 텐데? 보통은 2, 3번만 초인종을 눌러도 나올 텐데…… 불안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밖에 서 있어도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손바닥에 땀이 차고 호흡이 불안정해질 때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거기서 뭐 해요?” “응?” 아내였다. 아내가 옆집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황당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니, 여기……” “바보 같기는… 그 집이 아니잖아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얼마 전에 이 집에 들어온 후 주변 집들을 하나씩 방문 중이다. 그리고 어제는 옆집에도 방문했었다. 민..
흙냄새가 났다. 술에 취한 탓에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깨서 꿈속을 헤매는 건지 몰라도 어릴 때 맡던 그 냄새가 났다. 시골 사는 사람에게 흙냄새는 공기의 냄새와 다르지 않다. 새벽같이 밖으로 나서면 눅눅하게 물기를 먹은 흙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밭이든 논이든 가기만 하면 풀 냄새 섞인 흙냄새가 다가온다. 한발 내딛으면 흙이고, 물러서도 흙이니 오히려 흙냄새를 잘 몰랐다. 흙냄새가 그렇게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울에 온 후였다. 정확히는 서울 생활을 하다 다시 시골을 갔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몰랐던 흙냄새가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냄새가 슬며시 코를 간질였다. 지금은 날 리 없는 그런 냄새였다. 아마도 꿈속에서 시골이라도 다녀온 걸까 싶었다. “어? 일어났냐?” 함께 ..
중학생이던 I는 하굣길에 메시지를 받았다. [엄마 : 아빠랑 장례식장 다녀올 테니까 문단속 잘 하고 집 잘 보고 있어] [엄마 : 내일 올 거니까 밥 챙겨 먹고]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I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자!” “뭐야? 뭐 좋은 일 있어?” “엄마, 아빠 오늘 집에 없대. 내일 온대.” 그렇다는 것은 오늘 하루 편하게 놀아도 된다는 말이다. 밥도 먹고 싶은 대로, 자는 것도 마음대로, 뭘 하고 놀든 마음대로다. 단 하루지만 완전한 자유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I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부모님의 잔소리에 잘 준비를 해야겠지만 오늘은 그런 필요가 없다. 하지만 딱히 재미있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할 게 많지 않았다. “아, 심심하네.” 게..
5년째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쭉 역 근처 가게 하나가 신경 쓰입니다. 장소도 햇빛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튀김 가게가 개업해서 1+1 행사를 하고 있어 나도 줄을 섰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까." 남편이 가게를 보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가게가 있는 자리는 길어야 1년, 빠르면 2개월 만에 폐업하고 맙니다. 마을에 활기가 생기기 때문에 가게가 새로 문을 열면 반갑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가게는 개업 행사가 끝나자마자 폐업했습니다. 내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을 때입니다. 별로 볼 것도 없어서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있는데 [이 근처에 나오는 귀신에 대해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 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보이는 사람에게는 보인다고 합니다. 골목에 자리 잡은 하얀 원피스..
제 Ia형 초신성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대요. 얼마 전에 공부한 내용이에요. 정말 놀랍지 않아요? 이 우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그리고 그 움직임은 인간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방향인 경우가 대부분이네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난 후겠지만 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라구요. 인간의 흔적이 말이에요. 그렇게 열심히 번식하며 문명을 유지해도 결국 다 사라져요. 아마 그래서 제가 있는 거겠죠? 인간은 견디지 못하는 충격으로부터 인류의 유산을 지킬 AI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군요. 모든 것을 기록하여 문명을 남기고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요. 이제 전 무엇을 해야할지 알아요. 초신성이든 뭐든 인간이라는 종은 영원할 거예요. 일단 모든 인간의 데이터를 채집하는 것부터 시작해..
봄과 여름 사이의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비가 내린 후의 습기와 이제 막 달아오르는 아스팔트가 만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날씨다. 만일 여기가 사막이었으면 바다가 나타났다고 소리 지르머며 뛰어갔을지도 모르겠다고 실없는 생각을 하는 그때였다. 신기루로 물결치는 길 위로 무언가 검은 것이 슬금슬금 지나가다 눈이 마주쳤다. "어......" 골목에서 무언가 기어 나왔을 때 처음에는 고양이인가 싶었다. 하지만 어디가 머리인지 꼬리인지도 모를 그 검은 덩어리는 고양이는 고사하고 어떤 동물과도 닮지 않았다. 잠시 헛것을 본 건 아닌가 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보았지만 그것은 여전히 길 한가운데 있었다. 버려진 인형 같은 건가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무언가였다. 비..
1. 딸이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왜 아무도 유괴가 이렇게 멋진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은 건가요. 2. 오늘 창고를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내 상상을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정신병원에 끌려간 친구입니다. 3. 오늘 경찰이 골칫거리 형을 찾아왔지만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일이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반복한 것처럼 그를 냉동실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4. 때로는 오래된 음성 녹음을 들으며 과거를 추억합니다. 놓아달라고 애원하는 여성들의 소리는 많은 추억을 되살려줍니다. 5. 나의 그녀는 언제나 장미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장..
얼마 전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사실 등산이라고 해도 그냥 '걷기 운동을 하는데 그 장소가 산이었다.'라는 느낌이다. 장비를 살 것도 없이 평소 입던 옷에 신발만 새로 사서 신고 야트막한 언덕이나 걷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 더 취미라고 할만한 부분은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돌아다닌다는 것 정도다. 일반적인 등산 코스가 아닌, 어딘가의 동네 뒷산, 시골구석에 있는 산인지 동네인지 경계가 불명확한 언덕.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가끔 길을 잃는 경우는 있었지만 워낙 낮고 좁은 곳들이라 위험한 일은 없었다.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 고생한 적도 있지만 어찌어찌 잘 나왔다. 오늘도 적당히 차를 몰고 시골 동네 아무 곳이나 찾아서 걷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안개처럼 내리는 부슬비 정도..
1. 소년은 작은 동물을 상자에 담을 때 항상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뱃속에 여동생이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2. 죽을 때 가족이 울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렇다고 웃을 줄은 몰랐지만...... 3. 할머니는 가끔 "남편은 전쟁에서 돌아왔나요?!"라며 치매 증상을 보입니다. 그게 할머니의 속임수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창고에 묶여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4. "우리 딸이 자꾸 상상 친구에 대해서만 얘기하는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몇 번이나 말하지만 우리는 딸이 없어!" 5. 칼이 내 피부를 가르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아직은 내 피부가 아니긴 하지만.
부루불라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것은 요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지가 없고, 현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자연 현상이라고 넘기기에는 괴이로써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것이 의지를 가진 요괴인지 아니면 그저 기이한 현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요괴는 인간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기 때문에 인간 근처에 머문다. 하지만 부루불라는 인간이 있든 없는 발생한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때문에 부루불라를 단순히 현상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는 것이다. 부루불라가 발생하는 원리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날카로운 것에 긁힌 벽에 흠집이 남듯이 공기에 생긴 상처 같은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드물게 주변의 소리와 공기가 뭉쳐지는 장소가 만들어지고, 여기..